[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스마트폰 양강이 올 가을 프리미엄 시장에서 다시 맞붙었다. 애플은 아이폰17 시리즈를, 삼성전자는 갤럭시 Z 폴드7·플립7을 앞세워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양사 모두 ‘AI 시대’를 강조했지만, 애플은 초슬림 디자인과 브랜드 충성도에 의존. 삼성은 폴더블에 체감형 AI를 결합해 차별화를 노렸다. 이번 대결은 단순한 신제품 경쟁을 넘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재편 기점이 될 것이란 평가가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생성형 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 출하량이 2억3000만 대 안팎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스마트폰 판매의 약 19%에 그쳐 아직은 초기 단계다. 그러나 2028년에는 9억1000만 대를 돌파하며 전체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과 삼성이 이번 신작에서 AI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같은 시장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 10일 공개된 아이폰17 핵심 키워드는 ‘온디바이스 인텔리전스’였다. 데이터를 기기 내부에서 처리해 프라이버시를 강화, 메시지 요약·사진 편집 기능을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75분간 이어진 행사에서 ‘AI’ 언급은 6차례에 그쳤고, 시연 역시 아이폰이 아닌 에어팟 프로3의 실시간 통역 기능에 집중. 당장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제한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신 A19 칩 성능도 강조, 개인화 AI와 음성비서 ‘시리’ 업그레이드는 또다시 연기됐다.
디자인 전략도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두께 5.6㎜의 ‘아이폰 에어’는 역대 가장 얇은 모델로 주목받았으나 발열과 배터리 지속시간 저하 우려가 제기됐다. 애플은 배터리 용량을 공개하지 않은 채 “하루 종일 사용 가능하다”는 설명만 내놨고, 전용 보조배터리(99달러)를 별도 판매한다고 공지했다. 프로맥스 모델은 카메라 돌출이 더 심해지고 상단 무게가 늘어나면서 디자인 완결성이 흔들렸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삼성전자는 폴더블의 고질적 약점이던 두께와 무게를 동시에 줄였다. 지난 7월 9일 발표된 폴드7은 접었을 때 두께가 C타입 단자 수준으로 얇아지고 무게도 가벼워진 동시에 내구성도 유지됐다. 플립7은 커버 화면을 키워 닫은 상태에서도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하며 활용성을 높였다. 단순한 스펙 경쟁을 넘어 실사용 효용을 내세운 점이 차별화 요소로로 꼽힌다.
가격 전략도 엇갈렸다. 애플은 기본 모델 가격을 동결하는 대신 프로 모델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인상했다. 128GB를 없애고 256GB부터 판매해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값만 오른 제품’이라는 비판이 따른다. 반면 삼성전자는 주요 시장에서 전작과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하면서 개선된 사용 경험을 앞세워 ‘가성비 프리미엄’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출시 일정에도 차질이 빚고 있다. 애플은 핵심 모델인 아이폰 에어의 중국 출시를 연기했다. 내장형 이심(eSIM) 규제로 현지 통신사들이 정부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당초 19일 예정이던 일정이 뒤로 밀렸다. 애플은 “조속히 승인받겠다”고 했지만, 13일 공식 웹사이트 공지를 통해 “중국 출시일을 추후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아이폰17 시리즈가 공식 출시 전부터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초반 모멘텀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PC가이드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사전 예약량은 전작 세 배 수준에 달했고, JD닷컴에서는 500만명 이상이 예약을 등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높은 초기 수요에도 불구하고 출시가 지연되면서 글로벌 전략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한국 시장은 또 다른 변수다. 애플은 이번에도 한국을 1차 출시국에 포함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지난해 4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약 60%, 애플은 3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올 1~7월 누적 기준으로는 삼성 점유율이 80%를 웃돌며 격차를 더 벌렸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갤럭시 폴더블이 대세로 자리 잡은 가운데 아이폰17이 국내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결국 이번 맞대결은 단순한 신제품 경쟁을 넘어 글로벌 판도 재편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아이폰17은 브랜드 충성도를 기반으로 일정 판매량을 확보하겠지만, AI 체감 부족, 가격 부담, 중국 출시 변수 등으로 성장세가 제한될 수 있다. 삼성은 폴더블에 AI를 접목해 차별화를 강화하며 프리미엄 시장 확장을 노리고 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아이폰17 판매량은 전작 아이폰16(1억4700만 대)보다 소폭 줄어든 1억4200만 대에 그칠 전망”이라며 “공개 직후 주가가 1.5% 하락한 것도 실망감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뚜렷한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시장 관심은 내년 하반기 출시가 예상되는 폴더블 아이폰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애플이 공격적 프로모션으로 판매량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원가 상승과 협력사 수익성 악화가 나타나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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