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 건강] "한 사람의 결단이, 여섯 사람의 삶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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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과 건강] "한 사람의 결단이, 여섯 사람의 삶을 바꿨다."

이데일리 2025-09-13 08:17: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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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배 인천세종병원 비만대사수술센터장] 의사로서 어떤 환자와의 인연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특히 한 사람의 건강한 선택이 가족과 지역사회로까지 확산될 때,그 의미는 더할 나위 없이 크다.

이번 칼럼의 주인공은 “전남 장흥에 거주하는 A씨(36세)”다. 두 자녀의 어머니이자 지역 복지시설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로, 늘 타인의 삶을 돌보던 분이지만 정작 자신의 건강은 오랫동안 돌보지 못했다.

◇ 고도비만과 대사질환… 더는 미룰 수 없었던 선택

A씨는 키 156cm, 체중 106kg, BMI 43 이상으로 고도비만에 해당했으며, 제2형 당뇨병과 지방간까지 동반된 상태였다.

수년간 당뇨약을 복용해 왔지만, 만성적인 피로와 호흡곤란으로 일상생활도 어려워지고 있었다.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은 늘 있었지만, 건강이 이렇게까지 나빠질 줄은 몰랐어요.”

저는 단순한 체중 감량이 아니라 당뇨병, 지방간 등 대사질환의 치료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비만대사수술을 설명드렸고, A씨는 신중한 고민 끝에 수술을 결심하셨다.

◇ 어머니와 이모까지 수술… 한 아버지의 결단

상담 당시, A씨 곁에는 ‘어머니와 이모(어머니의 여동생)’가 함께 있었다. 두 분 역시 BMI 40이 넘는 고도비만 상태였고, 고혈압, 당뇨, 관절통 등 만성질환으로 고생하고 계셨다.

사실 이 가족은 그동안 다이어트를 위해 엄청난 돈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유명한 다이어트 프로그램, 약물, 운동센터… “비유하자면 집 몇 채를 살 만큼 돈을 썼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반복되는 요요와 건강 악화뿐이었다.

“이젠 다른 방법이 없더라고요. 수술 말고는 답이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그날 이후, A씨와 어머니, 이모 세 분은 같은 날 함께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결정을 가능하게 한 사람은 A씨의 아버지였다.

딸, 아내, 처제의 수술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며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자 했다.

“우리 식구들이 건강해지는 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효도다”라는 말 속에는 가족을 향한 깊은 책임감과 사랑이 담겨 있었다.

◇ 수술 후, 가족의 변화는 함께였기에 가능했다.

수술 후 세 분은 식사일지를 함께 쓰고, 운동 루틴도 공유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A씨는 30kg 이상 감량했고, 당뇨약도 끊을 수 있었다. 아이들과 산책을 다닐 정도로 활동성이 회복되었고, 삶의 질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 변화는 가족들에게도 큰 울림이 되었고, 한 사람의 회복이 또 다른 사람의 ‘시작’이 되었다.

◇ 인천 이모와 외사촌까지… 건강한 변화의 확산

소식을 들은 인천에 거주하는 막내이모가 병원을 찾아 수술을 받았다.

며칠 뒤, 이모는 자신의 딸에게도 수술을 권유했다. “건강하고 예쁘게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결정이었다.

그렇게 외사촌까지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게 되었다.

◇ 며칠 뒤, 오빠도 수술 결심

A씨의 친오빠는 BMI 45가 넘는 초고도비만 상태였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까지 모두 동반되어 있었지만 그동안 수술은 망설이고 계셨다. 하지만 동생의 변화를 곁에서 지켜보며, 하루하루 건강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본 그는 결국 본인도 수술을 결심하게 되었다.

“동생이 저렇게 건강해지는데 나라고 못 할 이유가 없더라고요.”

수술 후, A씨의 오빠는 40kg을 감량했다. 이전에는 계단 한 층을 오르기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산책과 운동이 일상이 되었고, 복용하던 약도 줄이며 삶의 활력 자체가 달라졌다.

◇ 의료진의 신중함과 가족 단위 치료의 중요성

비만대사수술은 단순한 체중 감량 수술이 아니다.

당뇨병, 고혈압, 지방간 등 치료 저항성 대사질환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치료법이다.

물론 고령 환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더욱 철저한 검사와 협진이 필요하지만, 충분히 안전하게 시행될 수 있다. 이처럼 가족 단위로 연달아 수술을 결정할 경우 의료진으로서도 책임감은 배가된다. 세심한 맞춤 관리와 다학제 협진 시스템이 필수다.

◇ 비만은 가족력. 치료도 가족 단위로 접근해야 한다.

비만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식습관, 생활 패턴, 유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가족성 질환’이다.

A씨 가족처럼 식단과 운동을 공유하고 건강 목표를 나누는 구조는 치료의 지속성과 성과를 높이는 강력한 요인이다. 앞으로는 가족 병력 기반 상담, 동반 수술 프로토콜, 생활 중심 건강교육이 의료 시스템 안에 더욱 정착되기를 기대해본다.

◇ 마무리하며

최근 외래에서 A씨는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요즘엔 가족끼리 같이 걷고, 같이 웃고, 같이 살아가는 기분이에요.

정말… 왜 진작 안 했을까 싶어요.”

그 짧은 한마디에 수술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상을 이제는 함께 누리고 있다는 감동이 담겨 있었다.

A씨 가족의 변화는 단지 수술 하나의 결과가 아니다. 삶을 바꾸겠다는 의지, 함께한 실천, 서로를 지킨 연대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기꺼이 헌신한 한 아버지의 결단이 만들어낸 변화였다.

비만은 유전일 수 있지만, 건강은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A씨 가족이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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