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州 사태] 美 구금 한국인 근로자 316명, 8일 만에 무사히 귀국

애틀랜타 공항에 착륙하는 대한항공 전세기 [사진=연합뉴스] 귀국한 한국인 근로자들이 입국장을 지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이민 당국 단속으로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12일 오후 전세기를 통해 귀국했다. 전세기는 전날 오전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을 출발해 약 15시간 비행 끝에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이번 전세기에는 중국인 10명, 일본인 3명, 인도네시아인 1명 등 외국인 직원 14명도 함께 귀환했으며, 사태 수습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도 동승했다.

애초 10일 출발 예정이었던 전세기는 한·미 간 호송 방식 이견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숙련 인력의 미국 내 잔류 가능성” 제안 등으로 일정이 하루 늦춰졌다.

입국장에는 “국민 여러분 귀국을 환영합니다”라는 전광판 문구가 띄워졌고,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이 직접 영접에 나섰다. 근로자들은 피곤한 기색 속에서도 “집에 오니 좋다”, “돌아왔다, 자유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공항 주차장에서 이어진 가족 상봉 현장에서는 눈물과 환호가 교차했다. 아내와 자녀의 품에 안긴 근로자들은 “따뜻한 밥이 먹고 싶다”, “샤워가 먼저다”라며 일상으로의 복귀 의지를 내비쳤다. 일부 가족들은 “귀국이 늦어진다는 소식에 마음이 무너졌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던 심정을 토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귀국 인력 전원에게 추석 연휴 이후까지 약 한 달간 유급휴가를 부여하고, 건강검진과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로 했다. 해외 국적 직원들에게는 숙소와 귀국 항공권을 전액 지원한다.

김동명 대표는 “모든 분들이 안전하게 귀환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안정적 복귀를 위해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공장 건설 지연 우려와 관련해서는 “언론에 나온 것처럼 심각한 문제는 아니며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인 근로자들을 귀국시킨 대한항공 전세기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은 이번 전세기 기내식의 90%를 한식 비빔밥으로 준비하고, 비즈니스 어메니티 키트를 전원 제공하는 등 배려를 더했다.

이번 사건은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과정에서 비자 관리 취약성과 제도적 불확실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은 단기 체류 비자 남용을 문제 삼았으며, 한국인 317명을 포함해 총 475명이 체포됐다. 이 중 1명은 잔류를 선택했다.

정부는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비자 문제를 포함한 종합적 대응책을 추진하고 한미 간 워킹그룹을 구성해 중장기 협력 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이민 단속을 넘어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 리스크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비자·노동 규제 대응 시스템을 얼마나 체계화하느냐가 향후 안정적 운영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뉴스로드] 박혜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