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통해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며 '위헌'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기자회견에서 내란특별재판부가 위헌이라는 주장을 반박하며 사실상 찬성하는 입장을 밝혀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어 왔던 사법부는 집단 반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날 대법원은 전국 법원장을 소집해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법원장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오전에 기자들과 만나 내란특별재판부의 위헌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며 법원의날 기념식에서는 "사법부는 권력분립과 사법권 독립의 헌법 가치를 중심에 두고 과거 주요 사법제도 개선이 이뤄졌을 때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전례를 바탕으로 국회에 사법부 의견을 충분히 제시하겠다"며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李 "왜 위헌이냐…시스템 설계는 입법부 권한"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해 일각에서 위헌이란 의견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위헌이라는데, 그게 무슨 위헌이냐"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삼권분립에 대해 오해가 있는데, 사법부 독립이란 것이 사법부 마음대로 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국가 시스템의 설계는 입법부 권한이고,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의 구조는 사법부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모든 것은 국민에 달렸다. 그래서 대한민국에는 권력 서열이 분명히 있다. 국회는 가장 직접적으로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란특별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법관을 따로 두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 의원들이 추진 중인 내란특별법에는 내란 혐의 1·2심 재판을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에 설치한 특별재판부가 전담하고, 영장 발부를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야권뿐 아니라 여권 내부에서도 삼권분립을 해치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대법원도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사실상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은 헌법이 정한 '국민주권 원리'에 따라 얼마든지 설치할 수 있다고 정리한 것이다.
조희대 "'내란재판부 위헌' 종합 검토…사법개혁, 공론화 통해 이뤄져야"
이처럼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내란특별재판부의 위헌성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사법부는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12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위헌이 아니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종합적으로 대법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국회 입법 과정에서 대법원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해서 국회와 협의하고 설득하고 의논하고 있다"며 "사법의 본질적 작용, 현재의 사법 인력 현실, 어떤 것이 국민에게 바람직한지 공론화를 통해서 충분히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다는 것이 대법원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법원의날 기념식에서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는 권력분립과 사법권 독립의 헌법 가치를 중심에 두고 과거 주요 사법제도 개선이 이뤄졌을 때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전례를 바탕으로 국회에 사법부 의견을 충분히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개혁과 관련해 "필요한 부분은 합리적인 설명과 소통을 통해 설득해 나감으로써 국민 모두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나가겠다"라며 "사법부 사명 완수를 위한 재판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장회의 시작…판사 의견수렴·대책 논의
대법원 소속 사법행정 총괄기관인 법원행정처를 이끄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전국 각급 법원장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회의실에서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진행 중이다.
이번 회의는 천 처장이 지난 1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 5대 의제'와 관련해 전국법원장회의 소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천 처장은 "사법부 공식 참여 기회 없이 신속한 입법 추진이 진행되고 있다"며 "각 의제들에 대해서 법원장들이 각 소속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한 바 있다.
민주당 사법개혁특위는 △대법관 증원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법관 평가제도 변화를 통한 인사 시스템 개편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 5대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회의에서는 12·3 비상계엄 사건과 관련해 법원의 사건 배당 체계와 별도로 전담 재판부를 두는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법원행정처는 앞서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해 사법의 정치화 초래 우려가 있고, 법률이 제정돼 특별재판부가 구성된다고 해도 위헌 논란이 계속될 수 있다는 국회에 제출했다.
대법원은 법원장회의를 통해 전체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사법부의 공식 의견을 낼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국회가 사법부 제재할 수 있어…내란재판부는 입법 사항"
내란특별법을 추진 중인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 후 똘똘 뭉치는 분위기다.
정청래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이재명 대통령께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입법 사항이다, 사법부에서 법을 만들지 않지 않냐는 취지의 말씀을 했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국회에서 법을 만들고 행정부에서 집행하고 법원에서 심판한다. 당연한 얘기"라고 밝혔다.
이어 "마치 사법부에서 입법권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한 번 생각해볼 일"이라며 "국회 입법 사항이란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법부도 헌법을 뛰어넘는 국민의 민주주의를 뛰어넘는 그런 행태를 보인다면 결국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그것을 제재할 수 있다"며 "거듭 말씀드리지만 '내란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내란특별재판부와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한 구분을 모호하게 인식을 할 수밖에 없다"며 "당 지도부 공식 입장은 현재로썬 '내란전담 재판부'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위헌 문제와 관련이 없다"고 했다.
이어 사법부를 향해 "대통령 회견과 최고위원회의 발언을 계기로 내란 재판부가 (내란 관련) 재판에서 민주주의 원칙과 국민의 눈높이에 합당한 판결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국힘 "내란특별재판부 위헌 아니라는 李…전체주의적 발상"
반면, 국민의힘은 12일 '내란특별재판부는 위헌이 아니다'라고 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하면서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특별재판부가 위헌이 아니라고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을 했다"며 "헌법 지식이 부족하고 사법부 독립을 부정하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가 설치된 것은 광복 직후 반민특위 특별재판부와 3·15 부정선거 청산 특별재판부 두 차례뿐이고, 모두 헌법에 근거 규정을 뒀다"며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는 헌법에 근거가 없다"고 했다.
또 "군과 같은 특수성도 없으며, 윤석열 정부 임명 대법관은 재판부 구성에서 제외하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임명해 재판부 구성에 있어서 독립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며 "헌재가 정한 특별재판부 허용 조건을 단 하나도 충족 못했다"고 했다.
유 운영수석은 "특별재판부의 위헌성이 분명함에도 대통령이 국민 의지를 운운하며 추진에 앞장서는 것은 사법부마저 정치권이 마음대로 흔들겠다는 전형적인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며 "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대통령과 민주당의 폭주를 좌시하지 않고 위헌적 특별재판부 저지를 위해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 대통령이 '그게 무슨 위헌이냐, 국민 뜻이 중요하다'는 내란특별재판부. 헌법에 근거가 없어도 인민이 원하면 된다는 것인가"라면서 "삼권분립은 모르겠고, 자유도 모르겠고, 망신주기 수사로 종료 위축시키고, 언론인 좌표 찍어서 자아검열하게 만드는 것, 그게 인민민주주의다"라고 말했다.
김 정책수석은 또한 "이재명 정부가 자칭 개혁이라 칭하는 검찰해체,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는 중국 형사사법체계와 똑같다"며 "검찰 대신 정치경찰, 즉 공안을 두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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