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고(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1주기를 맞아 그의 어머니가 단식을 진행 중인 가운데, 노동법 관련 법률가들이 단식 농성 현장을 찾아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인권 법률가 단체와 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유족이 12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앞 단식 농성장에서 문제 해결 및 재발 방지 대책 촉구를 요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는 15일은 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세상을 떠난 지 1주기가 되는 날이다. 그의 어머니인 장연미씨는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와 관련된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8일부터 MBC 사옥 앞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장연미씨는 MBC가 단식 농성이 시작된 후 나흘이 지난 시점까지 유족에게 연락을 하거나 농성 장소를 방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동 법률가 단체들은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비정규직 프리랜서 인력들을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9월 10일부터 기자회견 직전까지 방송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주장하는 전국 변호사, 노무사 등 법률가 127명의 연서명을 받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MBC에 ▲유족에 대한 공식 사과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고인에 대한 명예회복과 예우 ▲사내 비정규직 고용구조와 노동조건 개선 ▲자체 진상조사 결과 공개를 촉구했다. MBC는 지난 4월 사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내부 진상조사를 진행했으나 약 5개월이 지난 현 시점까지 진상조사 결과를 비공개로 유지하고 있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여성 노동인권 분과 소속 김세정 노무사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은 대한민국 방송의 중심가이자 비정규직 백화점”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비정규직 프리랜서가 방송을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노무사는 “반복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방송 비정규직과 프리랜서를 착취하는 고용 구조, 노동조건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국제노동기구(ILO) 190호 협약은 근로 형태나 계약 관계에 상관없이 일터에 있는 모든 사람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끄럽게도 대한민국은 아직 이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혜인 노무사 역시 “MBC는 조직문화를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방송산업 노동자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라는 점에서 이들의 대책에는 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와 같은 프리랜서를 위한 자리는 없다”며 “방송산업에서 제일 불안정하고 불리한 위치에 놓인 프리랜서는 더 쉽게 괴롭힘의 대상이 되지만 근로기준법은 프리랜서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프리랜서와 같이 일하는 사람 모두를 끌어안을 수 있는 포괄적인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는 기본적 인권이자 산업안전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는 단식 농성을 5일째 진행하고 있는 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어머니 장연미씨도 발언에 나섰다.
그는 “우리 요안나가 살아 있었다면 ‘엄마 힘내, 잘하고 있어’라고 말했을 것 같다”며 “요안나의 친구들과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찾아와 힘을 주고 있다. 다른 방송사에서 괴롭힘을 겪은 젊은 여성, 딸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힘들어 한다는 아버지, 프리랜서로 고통받는 청년들이 자리를 찾아와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MBC는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도, 요구안에 대한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MBC 안영준 사장은 즉각 이 문제를 해결하고 농성장에 직접 나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밝혀야 한다”며 “새벽 3시부터 출근하기 위해 몇 달을 숙직실에서 지냈으며 상사에게 세세한 멘트 문구 수정 지시를 받으며 일한 요안나가 노동자가 아니었다는 말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토로했다.
유족과 언론 시민단체 등은 오는 15일 고인의 1주기를 맞아 상암동 MBC 본사 앞에서 故 오요안나 추모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미니 인터뷰] 故 오요안나 어머니 장연미씨
Q. 오는 15일로 1주기를 맞게 되는데요, 일상 생활 속에서 따님 요안나씨를 가장 떠올리게 되는 순간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잠들기 직전이다. 밤마다 잠을 잘 때가 되면 요안나와 문자나 메신저를 했던 것이 생각난다. 요즘은 딸과 대화하는 꿈을 꾸고 잠에 든 채로 혼잣말을 하기도 한다. 꿈을 꾸지 않으면 이를 심하게 갈아 신경이 다 닳았다. 가장 그리운 순간은 같이 쇼핑을 하거나 식사를 하면서 속마음을 나누던 때다. 드레스를 입은 모습도 보고 싶었는데... 이제는 영원히 못 보게 됐다.
Q. MBC와 마지막으로 소통한 것이 언제쯤인지.
MBC와 마지막 소통이 이뤄진 것은 지난달 22일이었다. 이때도 MBC 안형준 사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때 MBC 사옥 내 추모공간을 만들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정작 추모공간을 만들어 놓고 유족에게는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상주 없는 분향소가 대체 무슨 소용이 있나. 농성장이 사옥 앞에 버젓이 있는데 관계자들은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Q.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떤 대응을 할 예정인지.
요안나가 없는 삶은 의미가 없다. 농성은 멈추지 않을 것이며 시작한 이상 끝을 볼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이 시발점이 됐지만 MBC 문화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비정규직과 불합리가 가득한 방송계와 언론 개혁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Q. 이재명 대통령과 고용노동부에 어떤 점을 가장 바라고 있는지.
청년들은 우리나라를 이끌어나갈 미래다. 청년들이 살아갈 수 있게끔 제대로 된 고용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요안나 같은 사례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재단을 만들어서 방송계 비정규직 청년들을 집중적으로 돕고 싶은 생각도 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