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연택 기자
올해 상반기 제약·바이오 업종은 국내 증시에서 부진한 흐름을 보였으나 최근 반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 헬스케어 지수는 연초 3000대 중반에서 머물다가 지난달 들어 4000선을 돌파했다. 투자 심리가 회복되는 가운데 R&D 중심 산업인 제약 업종에선 투자 규모뿐 아니라 투자 효율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2일 뉴스웨이가 국내 주요 5대 제약사(한미약품·GC녹십자·대웅제약·유한양행·종근당)의 최근 5년간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RORC 수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RORC가 4%를 넘은 곳은 한미약품(4%)이 유일했다. 반면 GC녹십자는 2.5%로 가장 낮았다. 나머지 세 곳은 모두 3~4% 구간에 위치했다. 대웅제약이 3.6%, 유한양행과 종근당이 각각 3.5%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평균 RORC를 기준으로 보면 한미약품·대웅제약·종근당이 모두 3.5%를 기록하며 공동 1위를 차지했고, 유한양행은 3.2%로 평균(3.3%)을 소폭 밑돌았다. GC녹십자는 2.9%로 유일하게 3%를 넘지 못했다. 이는 국내 주요 제약사 중 GC녹십자가 가장 낮은 R&D 투자 효율성을 보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RORC는 해당 연도의 매출총이익을 전년도 연구개발비로 나눈 지표다. 예를 들어 RORC가 2일 경우 연구비 1원을 투입해 매출총이익 2원을 창출했다는 뜻이다. 이 수치는 제약사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R&D 자본을 운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업종 특성상 수년이 걸리는 신약 개발 과정의 성과를 장기적으로 평가하는 데 활용된다. 일반적으로 RORC가 3 이상이면 연구개발이 효과적으로 수행되고 있다고 판단하며 3 미만은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다는 의미다.
제약 산업은 R&D 의존도가 특히 높은 분야다. 신약 하나를 시장에 내놓기까지 평균 10~12년이 소요되고 임상 단계별 성공률을 모두 감안하면 최종 허가에 도달할 확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매년 연구비 총액보다는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 자본 효율성 여부가 더욱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한편 글로벌 회계·자문사 딜로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제약사가 신약 1개를 개발하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은 22억3000만 달러(약 3조원)로, 전년도 대비 1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제약사의 평균 투자수익률(ROI)은 2023년 4.3%에서 2024년 5.9%로 1.6%포인트 상승했다.
ROI는 공장 건설, 마케팅, 인수합병 등 전체 자본 투자 대비 수익을 측정하는 포괄적 지표다. 반면 RORC는 연구개발에 국한된 효율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글로벌 제약사 대비 국내 제약사의 연구 투자 효율성이 아직 격차를 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대형 제약사들의 평균 RORC는 3.3%로 글로벌 평균 ROI(5.9%)에 한참 못 미친다.
딜로이트 관계자는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분야는 규제 리스크와 기술 난이도가 크지만, 성공할 경우 재정적 보상과 글로벌 보건 기여 효과가 상당할 수 있다"며 "시장 포화도가 낮은 치료 분야에 대한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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