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교섭이 사실상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자 전면파업과 고공농성으로 투쟁 수위를 높였다. 노조 측은 회사가 수용 가능한 협상안을 내놓을 때까지 전면파업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 조합원 참여율은 낮은 편이지만 향후 확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주요 쟁점은 기본급 중심 임금 인상 대 격려금형 보상 방식 간의 입장 차이다.
노조는 11일 오전 8시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올해 들어 부분파업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조합 전체가 참여하는 전면파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 측이 진정성 있는 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 파업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틀 전부터 백호선 노조지부장은 울산 조선소 내 턴오버 크레인(선박 구조물을 뒤집는 설비) 약 40m 높이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해당 설비는 선박 구조물 가공 및 조립 공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농성으로 인해 이 공정 일부가 중단된 상태다.
임단협 협상은 5월 상견례 이후 현재까지 약 23차례 교섭이 이어졌지만, 기본급 인상 폭과 방식, 수당 지급 기준 등에서 노사 간 견해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특히 노조는 기본급 중심의 인상안을 요구하고 있고, 사측은 수주 실적 및 글로벌 경기 변동 등을 고려해 격려금 또는 일시금 형태의 보상을 확대하는 제안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제안된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인상과 일부 격려금, 성과급 지급안 등이 포함됐으나, 전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었다. 투표 결과는 약 63.8%가 반대했으며, 이후 두 달 가까이 교섭에 진전이 없었다.
현재 파업 참여율은 조합원 기준 전체의 약 10% 수준으로 파악된다. 노조 측은 조합원 규모가 약 6,5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파업 참여가 확대되면 생산 라인 중 일부 공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공정별 작업 체계 특성상 조합원 대부분이 참여하지 않으면 전체 생산이 멈추지는 않지만, 이미 턴오버 크레인이 멈춘 상태로 선박 구조물 과정에 일부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회사의 미포조선 합병 및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직무 전환·인력 배치 및 보상 문제 등이 불투명하게 처리됐다는 불만이 있다. 노조는 이 같은 변화가 단순한 구조 조정이 아닌, 조합원들의 기여 및 회사 성장과 맞물려 보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통해 기본급 중심 인상 요구가 기업의 비용 부담을 키울 수 있고, 수주 실적과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격려금이나 일시금 형식의 보상이 현 상황을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노조의 크레인 고공농성 및 전면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교섭이 타결될지는 조합원 참여율, 노사 간 양보 범위, 공정 영향도 등이 변수다. 특히 턴오버 크레인의 고공농성과 같은 상징적 투쟁이 지속될 경우 여론 및 정부 개입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노조는 12일 HD현대 계열사 조합원들과 함께 울산 조선소 앞에서 집회를 계획 중이다. 사측도 대화의 창구는 유지하고 있으며, 실무 협의 및 교섭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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