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은 미국의 고관세율을 회피하기 위해 중국 등 외국산인 원산지증명서를 한국산으로 조작, 2천839억원 상당의 금제품을 불법 우회수출한 업체 7곳을 적적발, 검찰에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들 7개 업체는 당초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산 금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면서 미국의 고관세율(중국산 최대 158%)을 회피하기 위해 저관세율(올해 4월까지 한미 FTA 0%)을 적용 받는 국산 제품으로 둔갑, 우회수출(FTA 특례법 위반)한 혐의 등이다.
조사 결과 이들 업체들은 수출 때 우리나라 세관에는 외국산으로 신고하고, 미국 세관에는 허위 원산지증명서를 첨부해 한국산으로 신고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불법 우회수출은 국내 금 세공산업 및 귀금속 수출기업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관세청은 수출실적이 큰 업체들 중 금 가공제품을 한국산으로 둔갑, 미국으로 수출이 의심되는 7개 업체를 선정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과도 공조수사를 거쳐 지난 8월 이들 업체의 불법 행위를 발했다.
관세청은 또 미국 무역협정법에 따라 미국 정부에 납품할 수 없는 베트남산 방수포 51만개(137억원 상당)의 원산지를 한국산으로 허위 조작해 미국으로 우회수출한 업체를 지난 7월 적발했다. 해당 업체는 국내 4개 업체를 이용해 베트남산 방수포를 수입한 뒤 제품에서 베트남산 원산지 표시를 제거하고 일명 ‘택갈이’를 통해 재포장한 뒤 한국산으로 둔갑시켰다. 이후 국내 수입 업체를 제조자인 것처럼 속여 원산지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 받은 뒤 미국으로 우회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관세청은 미국이 중국산 종이백에 부과하는 덤핑방지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중국산 종이백 10만 세트(42억원 상당)를 수입한 뒤 원산지증명서를 한국산으로 허위 조작해 국산으로 둔갑시켜 미국으로 우회수출한 업체도 적발했다.
한편 관세청은 미국의 관세정책을 회피하기 위한 우회수출 행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기업 및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관세정책 특별대응본부 산하에 ‘무역안보 특별조사단’을 설치했다.
외국 물품이 우리나라를 경유하면서 원산지를 국산으로 둔갑한 뒤 수출하는 우회수출을 통한 무역굴절이 확대하면, 국내 수출제품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 저하와 무역장벽 강화 등 직·간접적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상호관세 관련 지난 8월7일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6개월마다 미국에서 적발된 우회수출 기업 및 국가를 공개하고, 해당 물품에 40%의 관세와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또 기업과 국가에 대해서도 조달 참여를 제한하는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관세청은 이 같은 불이익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미국 고관세율 및 수입규제 회피, 국산 프리미엄 차익 등을 노리는 우회수출에 대한 모니터링 및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5년간 총 137건, 7천949억원 규모의 불법적인 우회수출 행위를 적발했다. 그러나 최근의 우회수출 행위는 종전 국산 프리미엄의 차익 목적 외에 미국의 고관세율, 수입규제, 덤핑방지관세, 상계관세 등의 회피를 주 목적으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1~8월 관세청이 적발한 우회수출은 모두 3천569억원으로, 지난 2024년 전체 실적 348억원을 크게 초과하는 수치다. 특히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건수는 150%, 금액은 1천313% 증가했다.
이종욱 관세청 조사국장은 이날 인천공항세관 수출입통관청사 대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산 둔갑 우회수출은 선량한 우리 수출기업 및 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정부에서도 강력한 제재조치를 예고한 만큼, 우회수출 행위를 발본색원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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