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앞세워 여야 합의안 공개 반대…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
與 내부선 '투톱' 균열 양상…장기적으론 부담 커질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여야가 전날 합의한 3대 특검법 수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제껏 국회 사안에 대해서는 최대한 발언을 자제해 왔던 것과 달리, 이날 이 대통령은 여야 합의 내용에 대해 "타협도 아니고 협치도 아니다"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사실상 합의를 책임진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질타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으로, 향후 정국에 있어 이 대통령의 그립이 더 강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물론 지금까지도 각종 개혁 입법 등을 두고 대통령실과 민주당 사이에 미묘한 온도차가 노출되며 '당정 엇박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지속해서 나왔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그럴 때마다 이견을 조율해가는 과정일 뿐 '당정대 원팀' 기조는 변함이 없다면서 충돌설을 잠재워왔다.
이런 점에서 이 대통령이 이날 "내란 특검의 연장을 안 하는 조건으로 정부조직법을 통과시켜주기로 했다고 시끄럽더라"며 "저는 (내용을) 실제로 몰랐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은 충분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그동안 민주당의 '속도전'에 대통령실이 신중론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이번 사안의 경우 이 대통령이 원칙론을 앞세워 여당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는 점 역시 눈에 띄는 대목이다.
결국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과 전날 합의한 특검법 수정안을 파기하고 수사 기간 연장·수사인원 확충 등을 골자로 하는 '더 센 특검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결과론으로만 보면 지도부가 전날 합의한 내용이 아닌, 이 대통령이 회견에서 제시한 방향대로 법안 처리가 이뤄진 셈이다.
다만 정청래 대표가 "(김병기 원내대표에게)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힌 것은 회견이 시작되기 전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의중이 여당의 합의 파기 및 '더 센 특검법' 처리 기조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여권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정도 사안이라면 대통령의 의중이 어떻게든 여당 지도부에게 전달이 됐을 것"이라며 "전날 밤 당 지도부에 일종의 시그널이 갔을 수도 있다"는 추측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이 밖에도 언론중재법·검찰의 보완수사권에 대해서도 여당의 '주류' 목소리와는 다소 결이 다른 의견을 냈다.
정치권에서는 앞으로도 이 대통령이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내면서 여권 내 논의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흘러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장기적으로는 여권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각도 없지 않다.
당장 민주당 내에서는 이번 합의안 파기를 두고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충돌이 표면화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제가 참으면 된다. 정부조직법도 패스트트랙으로 하면 된다'고 했지만, 막상 정부조직법 개편이 지연되면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새 정부 들어 여당에서 첫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는 것 자체가 당정대 모두에 반갑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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