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박도구 사용 중단 위한 행정절차로 지연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된 한국 노동자들의 석방 및 귀국 일정과 관련해 “비행기는 내일(12일) 새벽 1시쯤 이륙해 오후쯤 서울에 도착하게 된다”면서 “우리 국민이 총 316명으로 남성 306명과 여성 10명, 외국인 14명이 있어서 총 330명”이라고 말했다. 우리 국민 중 한 명은 가족이 영주권자라는 이유로 미국에 남는 것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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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대통령은 이들의 석방이 늦춰진 것과 관련해서는 “버스로 이동해 비행기에 탈 때까지는 미국 영토이고, 미국 영토 내에서는 체포된 상태이니 수갑을 채워서 이송하겠다고 (미국 측이) 그래서 우리는 절대 안 된다고 밀고 당기는 와중에 소지품을 돌려주다가 중단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유롭게 돌아가게 해라. 그러나 가기 싫은 사람은 안 가도 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가 있어서 일단 중단하고 행정절차를 바꾸느라 그랬다고 한다”고 전했다. 수갑이나 케이블타이로 속박한 채 이송되는 건 우리 측에서 국민적 반감 등을 고려해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한국인 근로자 등은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지난 4일 이뤄진 미 이민당국의 불법 체류 및 고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돼 왔다. 이들은 애초 이날 구금 시설에서 풀려나 자진 출국 형태로 전세기를 타고 귀국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미국 측 사정’ 탓에 갑작스럽게 석방이 지연됐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2시30분 애틀랜타 공항을 이륙할 예정이던 귀국 항공편도 연기됐다.
◇트럼프 “韓숙련공 잔류해 달라” 요구
미국 측이 설명한 석방 지연의 진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근로자들의 ‘자진 출국’을 보류하고, 미국에 남아줄 수 없겠느냐고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게 외교부 설명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근로자들이 숙련공이라는 것을 인지한 뒤, 이들을 한국으로 보내지 않고 계속 미국에 남아서 일을 할 수 있을지 한국 측 의사를 물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이 미국에서 계속 일하면서 미국인 인력을 교육·훈련하는 방안과 귀국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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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조현 외교부 장관을 만난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 의중을 전달했다. 불법 체류자 추방을 위해 이뤄진 이번 단속이 미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 근로자, 특히 숙련된 전문 인력을 내쫓는 결과로 이어진 데 대한 미국 측의 당혹감을 드러낸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우리 국민이 대단히 놀라고 지친 상태여서 먼저 귀국했다가 다시 (미국에 돌아와서) 일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고, 루비오 장관도 이를 존중해 일단 귀국하는 쪽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근로자들은 향후 미국 재입국 때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미국 측 약속도 받았다.
조 장관은 또 루비오 장관과의 면담에서 한국 전문인력의 미국 입국 관련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 조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조 장관은 “국무부와 외교부 간 워킹그룹을 만들어 새 비자 형태를 만드는 데 신속히 협의해 나간다는 것까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전했다.
급박한 상황이 이어진 이번 미국 내 한국인 대규모 구금 사태 해결을 위해 외교부 장관과 차관이 동시에 투입됐다. 장관과 차관이 동일 사안으로 같은 나라에 출장을 간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8일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한 조현 외교부 장관에 이어 박윤주 외교부 1차관도 지난 9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현장대책반과 본부에서 파견한 신속대응팀 등의 실무 작업을 총괄했다. 박 차관은 구금됐던 국민들과 함께 전세기에 탑승해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면서 마지막까지 국민 귀환 절차를 챙길 예정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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