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센' 특검법 통과됐지만…금감위 개편은 표류 위기

[이데일리 하지나 박종화 기자] 전날 여야 원내지도부가 합의한 특검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함께 논의됐던 금융감독위원회 조직개편안도 표류할 위기에 놓였다.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을 통과시키려면 야당 소속 상임위원장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이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을 통해 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국회는 11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3대 특검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했다. 이날 통과된 3대 특검법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불참한 채로 여당 주도로 통과됐다.

3대 특검법 개정안에 따르면 특검 기간과 인력 확대 부분은 앞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된 원안과 동일하게 유지한 반면, 특검의 군 검사 지휘권 배제, 특검의 국가수사본부 수사지휘권 배제, 내란 재판 1심의 조건부 중계 등이 새롭게 반영됐다.

당초 여야 원내지도부는 전날 두 차례 회동을 열고 특검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인력 증원을 10명 이내로 제한하는 수정안 처리를 합의하는 대신 국민의힘은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위한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 처리에 협조하기로 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준비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그러나 곧바로 민주당 내부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특검법 개정은 수사인력 보강과 수사 기간 연장을 통해 내란 수사와 권력형 비리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굳이 합의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조직법 개편과 내란 진상 규명을 어떻게 맞바꿀 수 있느냐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말하며 강경파에 힘을 실었다.

결국 민주당은 합의를 번복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합의가 아닌 1차 논의’”라면서 “최고위에도 보고해야 하고 무엇보다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합의 파기가 아닌 결렬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당내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어제 협상안은 제가 수용할 수 없었고, 지도부 뜻과도 다르다”며 마치 지도부와 사전 협의없이 일방 처리된 것처럼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이날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해라”며 격앙된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특히 여야 합의가 무산되면서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정부조직개편안 처리 역시 불투명해졌다.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을 다루는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맡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변인 김현정 의원은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금감위 설치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울 것”이라고 밝혔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상임위 심의(최대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90일), 본회의 부의(60일) 절차를 거쳐 자동 상정된다. 이 경우 최소 6개월 이상 조직 개편안 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

정무위 야당 간사 강민국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합의가 무산된 상황에서 위원장이 안건 상정 등 법안 처리에 협조할 가능성은 없다”며 “역대 정부에서 정부조직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한 사례는 없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스스로 무능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