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유한 HMM 지분(산업은행 36%, 해양진흥공사 35.7%)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포스코홀딩스가 유력한 전략적 투자자로 부각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가 단순한 물류비 절감을 넘어 한국 공급망 경쟁력 재편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체 인수론, 공급망 통합 ‘빅픽처’… 규제 리스크 낮아
11일 학계와 IB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HMM 전체 인수를 통해 해운·철강·이차전지 소재 공급망을 하나로 묶는 전략을 검토 중이다. 단순한 운임 절감을 넘어 조달·운송·터미널까지 통합한 글로벌 공급망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임·관세·수요 변동성에 대응해 그룹 차원의 물류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전준수 서강대 경영학부 석좌교수는 “포스코홀딩스가 HMM 전체를 인수해 해운과 철강, 이차전지 소재 공급망까지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 방식이야말로 글로벌 경기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고 조달 리스크를 관리하는 가장 근본적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해운협회는 국회를 찾아 포스코의 HMM 인수 추진 철회를 공식 요구했다. 해운협회 회장단은 10일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어기구 위원장과 간담회를 열고 “대기업의 해운업 진출은 생태계를 파괴할 우려가 있다”며 △톤세제 영구화 △북극항로 개척 지원 △국적선 적취율 확대 △전략상선대 도입 △해운 전문인력 육성 등을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어 위원장은 “해운산업은 국가 물류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산업”이라며 정부·국회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법·규제 측면에서도 걸림돌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HMM 결합은 ‘수직 결합’으로 분류돼 경쟁 제한 가능성이 낮으며, 공정거래위원회 심사에서도 ‘경쟁사 차별 금지’와 ‘항만 비차별 접근권’ 조건을 붙이면 승인 가능성이 높다. 해운법 제24조 대량화주 제한 조항도 자가운송이 아닌 시장 개방·비차별 조건을 계약에 명시하면 충돌을 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무·생태계·실행 모델까지… ‘하이브리드 통합’ 유력
재무적 측면에서도 전체 인수는 초기 자금 부담이 크지만 장기적으로 운임·관세·수요 변동에 대한 완충력이 높아진다. 반면 선택적 투자는 현금 유출 시점과 규모를 설계할 수 있어 배당·자사주 매입·신용등급 방어에 유리하다. 회계상 계약은 부채가 아닌 장래 의무로 분류돼 재무지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IB업계는 이번 시도가 과거 거양해운 사례와 다르다고 본다. 이번 구상은 선단·운영을 전부 떠안는 방식이 아니라 계약·지분·개방 의무를 조합해 필요한 운송 기능만 확보하고 남는 용량은 개방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포스코의 운송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HMM과 국내 해운사에 안정적 일감을 공급, 생태계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용평가업계와 IB업계 관계자들은 “포스코홀딩스가 HMM 전체를 인수한 뒤 벌크·컨테이너 부문을 분리 재편하고, 터미널·슬롯·COA는 장기계약으로 묶는 ‘하이브리드 통합’ 모델이 유력하다”며 “이 방식이면 공급망 통제력과 자본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고, 정부는 HMM 매각 명분을 살리면서 해운 생태계에 안정적 일감을 남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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