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자사 모바일 플랫폼을 ‘피드(feed)형 서비스’로 전환하며 체류시간 늘리기 경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숏폼 공세와 국내 이용자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사는 각각 ‘발견·커머스형’, ‘관계지향형 피드’ 전략을 내세워 광고 매출 확대를 노리는 모양새다.
11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오는 23일 열리는 이프 카카오(if Kakao)’를 통해 카카오톡 개편 사항 및 오픈AI와의 협업 서비스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먼저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핵심 화면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2010년 출시 이후 유지돼온 전화번호부 형식의 친구 목록이 사라지고,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피드형 콘텐츠 중심 구조가 새롭게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카카오톡의 첫 번째 탭인 친구 탭이 단순한 목록에서 일상을 공유하는 피드 서비스로 바뀌며, 지인들의 일상 콘텐츠를 모아 보여주는 구조로 재편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용자 프로필 업데이트, 단톡방 내 사진·영상, 생일 알림 등이 피드에 실시간 노출되며 관계 기반 소통을 강화하는 방식을 강조한 것이다.
카카오의 대대적 개편 이유는 카카오톡 체류시간이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앱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카오톡의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은 2021년 822분에서 올해 7월 709분으로 4년간 113분(13.8%)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인스타그램은 988분을 기록하며 카카오톡을 추월했다. 특히 1020 세대의 ‘탈카톡’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젊은 층이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메신저로 활용하는 빈도가 늘면서 카카오는 미래 고객층 확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카카오는 이번 개편을 통해 체류시간을 늘려 광고 노출을 증가시키고 수익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카톡 세 번째 탭에 신규 숏폼·비디오 서비스 역시 도입한다. 크리에이터 전용 스튜디오 구축, 오리지널·독점 콘텐츠 확보, 채널 다변화를 통해 메신저 특화형 숏폼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채팅방 안에서 콘텐츠 공유와 시청이 가능하도록 설계해 메신저 특화형 UX를 제공할 방침이다.
카카오는 11월 초 오픈AI와의 협업으로 챗GPT를 카카오톡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연내 자체 개발한 온디바이스 SLM(Small Language Model) 기반 AI 에이전트도 도입한다. 단순 채팅 답변을 넘어 카카오 생태계 내 다양한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카카오 관계자는 “다양한 이용자 수요(니즈)를 반영해 기능을 확대하고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개발자 행사(이프 카카오)에서 최종안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미 플랫폼 전반에 피드형 개편을 완료한 상황. 올해 상반기 스포츠·엔터테인먼트를 시작으로 패션·뷰티·리빙·푸드 등 6개 카테고리를 피드형으로 확대했다. 뉴스·검색 위주였던 네이버가 ‘발견·탐색형’ 서비스 플랫폼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전체 2분기 네이버의 모바일 메인 체류시간은 5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했고, 피드 광고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08% 성장해 전체 매출 성장에 기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네이버도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숏폼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네이버 클립(동영상) 창작자를 위한 서비스인 ‘클립 크리에이터’를 이미지·텍스트까지 확장하고, 지난 7월에는 크리에이터-판매자 연계 프로그램인 ‘쇼핑 커넥트’도 도입했다. 이를 통해 SNS 크리에이터가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와 협업해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 실적 기반으로 수익을 나누는 구조를 마련한 것이다. 최 대표는 “방대한 데이터 자산을 기반으로 개인화 경험을 강화하며, 콘텐츠 보호와 창작자 보상까지 병행해 UGC 생태계를 키워 나가겠다”고 했다.
네이버는 지난 달 12일부터 모바일 통합검색에 ‘맞춤형 블록’을 적용하고 있다. 맞춤형 블록은 모바일 통합검색 탭 하단에 사용자 쇼핑 이력에 따라 개인화 상품을 추천하는 공간이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등에서 클릭하거나 구매해 장바구니에 담는 상품과 함께 볼만한 상품을 사용자 취향에 맞게 제시한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같은 피드형 전환을 추구하고 있지만 각각 ‘관계 중심형 피드’와 ‘발견·커머스형 피드’로 방향성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의 특징인 지인 관계망을 활용한 차별화된 소셜 경험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네이버는 빅데이터 기반의 추천·발견 기능과 커머스를 접목해 체류시간 증가와 매출 증대를 동시에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톡 내 첫 번째 탭과 세 번째 탭 동시 서비스 개편은 매우 중요 이정표이고, 지인 중심 관계지향적 강결합을 가져가는 카카오톡 서비스의 기존 메시지 기반에서 피드형 서비스로 진화를 시작하는 매우 중요한 임계점으로 작동할 것”이라며 “유저 관계지향적 서비스 기반의 레퍼런스와 유저 콘텐츠 인게이지먼트 중심의 명확한 타겟 광고 인입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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