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경장 승진…입직 4년차인데 표창도 여러 차례 받아
SNS엔 '더 좋은 사람이 되자'…바쁜 주꾸미철 맞아 연가 미사용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황정환 기자 =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구조하려고 자기 구명조끼까지 벗어줬다가 숨진 해양경찰관은 주꾸미 철 안전 관리를 위해 자신의 생일에도 쉬지 않고 근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해경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41분께 옹진군 영흥도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소속 이재석(34) 경장은 지난 4일이 생일이었으나 연가를 쓰지 않고 근무했다.
그는 안전 관리 수요가 급증하는 주꾸미 철을 맞아 자신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연가를 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 관계자는 "교대 근무를 하는 이 경장은 자신의 생일에 연가를 쓸 수 있었는데도 바쁜 주변 직원들을 배려해서 쉬지 않고 근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의 생일 당일에는 같이 근무하던 직원들이 가족이나 친구를 대신해 이 경장의 생일을 축하했다.
이 경장은 평소 같은 팀 직원의 생일 등으로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케이크를 사 오는 동료였다.
이 경장의 주변 동료들은 그가 평소 맡은 일을 책임지고 끝까지 하는 해양경찰관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는 해경 교육원에 있을 때 학생장을 맡을 정도로 리더십을 갖췄고 성실하고 정의로운 성격이었다고 주변 동료들은 전했다.
당직 근무 뒤 피곤할 때도 항상 웃는 얼굴로 업무 인수인계를 했고 모든 동료가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직원이었다.
한 달 전 이 경장이 승진할 때도 파출소장과 팀장이 계급장을 달아주면서 함께 축하하고 기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장은 해병대 만기 제대 이후 오랜 수험기간 끝에 2021년 7월 해양경찰 순경 공채를 거쳐 입직했고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해양경찰교육원 교육생 시절 해양경찰교육원장 표창을, 임용 이후에는 안전 관리 분야 등 업무 유공으로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과 인천해양경찰서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카카오톡에 "더 좋은 사람이 되자"라거나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하자"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경장은 이날 오전 3시 30분께 영흥도 갯벌에서 중국 국적의 70대 A씨가 고립됐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투입됐다가 구조 작업 중 실종됐다.
6시간여만에 영흥도 해상에서 발견된 이 경장은 심정지 상태로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처치를 받으며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당시 A씨가 발 부위를 다쳐 거동에 어려움을 겪자 이 경장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자기 부력조끼를 벗어준 것을 보인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A씨는 이날 오전 4시 20분께 해경 헬기에 의해 구조됐고 저체온증을 호소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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