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전국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유인 미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11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서울시 609개 초등학교에 대해 다음달 12일부터 5주간에 걸쳐 등하굣길 안전확보를 위한 범죄예방 종합대책을 추진한다. 경찰은 구청·교육청과 합동으로 특별 안전 진단을 실시하고 아동범죄 신고가 접수될 경우 즉각 출동을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대책은 최근 잇따른 청소년 유인 미수 사건에 따른 조치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10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경기 광명시, 제주 서귀포시, 서울 관악구, 대구 서구 등에서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유인 시도가 잇따라 적발됐다.
이 가운데 경기 광명시에서 체포된 10대 피의자는 성범죄 목적을 시인했으며 서귀포시에서 붙잡힌 30대 피의자는 성범죄 전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는 20대 남성 3명이 세 차례에 걸쳐 학생들을 차에 태우려다 미수에 그쳤다. 그러나 경찰은 첫 신고를 ‘오인 신고’로 판단해 초동 대응이 늦어졌고, 결국 이달 3일에서야 용의자들을 검거했다.
이어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5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혐의와 고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같은 판단에 사회적 비판이 쏟아졌다. 검사 출신 국회의원인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지난 5일과 6일 SNS에 잇따라 글을 올려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지극히 비상식적인 결정”이라며 날을 세웠다.
주 의원은 “지난 5월 법원이 전 연인을 흉기로 위협한 사람에 대해 영장을 기각하자 석방 직후 피해자를 살해한 일이 있었다”며 “그만큼 강력범죄 시도는 미수에 그쳤어도 최대한 엄정히 처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초등생 유괴 혐의자들의 영장을 기각한 김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서부지법에 난입해 판사실 문을 걷어찬 사람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며 “판사 위협만 중하고 어린아이 유괴 위협은 경한 것인가”라며 힐난했다.
전문가들도 사법부의 안일한 대응을 우려했다.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이건수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성인 남성 여러 명이 아이들을 반복적으로 차에 태우려 한 것은 명백한 약취·유인·구금 사건이며, 넓게 보면 유괴로도 볼 수 있다”며 “이런 사건을 가볍게 보는 것은 시대 감각이 떨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약취·유인·유괴 사건은 미수냐 기수냐를 따질 필요 없이 기수범(범죄의 구성 요건을 완전히 갖추고 범죄를 실현한 범인)으로 처벌해야 한다”며 “이 같은 시도가 실제 범죄로 이어질 경우 아이들에게는 인격 살인과 같이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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