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한국해운협회가 포스코그룹의 HMM 인수 추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국민 세금으로 회생한 HMM이 글로벌 해운사와 경쟁하기보다 포스코그룹의 자가화물 운송을 보조하는 역할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고, 철강산업 부진 시 또다시 희생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한국해운협회는 11일 포스코그룹의 HMM 인수 검토에 대해 해운생태계를 파괴하는 처사로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포스코 체제에 편입될 경우 해운 전문기업으로서의 투자가 위축되고 철강산업 보조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협회의 판단이다.
협회는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이 철광석 운송에서 철강제품 수송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기존 국적 선사들의 시장 퇴출을 초래하고, 해운산업의 기반을 무너뜨려 수출입 업계 전반에 심각한 피해를 안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해운협회는 대량 화주 기업의 해운업 진출이 물류비 절감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오히려 해운 생태계를 훼손해 국민경제에 피해만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내외 여러 실패 사례에서도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이후 거양해운(제철원료), 호유해운·성운물산(원유), 동양상선(시멘트) 등 10여 개 대기업 해운 자회사가 모두 실패했다. 특히 해운협회는 포스코그룹이 과거 직접 해운사를 운영할 때의 실패를 거론하면서 포스코그룹을 압박했다.
협회는 포스코가 거양해운을 운영하며 원료와 제품을 직접 수송했지만 자가화물 운송의 한계를 넘지 못해 경쟁력을 잃고 결국 한진해운에 매각됐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벌크선사가 시장에서 밀려났고, 포스코 역시 막대한 손실을 떠안았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브라질 발레사가 철광석 호황기에 초대형 벌크선 30여 척을 발주하며 해운업에 진출했지만,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해 최근 전량 매각하며 사실상 시장에서 철수했다. 협회는 이처럼 대량 화주의 해운업 진출이 장기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협회는 아울러 현행 법체계도 대량 화주의 해운업 진출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운법 제24조는 대량 화주의 해운업 등록을 정책자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물류정책기본법 제37조는 화주기업과 물류기업 간 제3자물류 촉진을 규정하고 있다. 협회는 따라서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이 국가 정책 기조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양창호 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 2022년 4월, 우리 협회와 포스코플로우는 국적선 수송 확대 노력, 해운법과 공정거래법 준수, 합리적인 입찰계약 등을 포함한 사실상의 해운업 진출을 하지 않겠다는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며 “불과 3년 만에 HMM을 통해 해운업 진출을 모색하는 것은 해운업계와 맺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가 HMM을 인수해 제철원료와 제품까지 자기화물 운송에 나선다면 운송비가 늘고,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전문성이 부족해 효율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이는 포스코 수익을 악화시키는 동시에 기존 선사들을 시장에서 밀어내 국내 해운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이번 결정을 전면 철회해 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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