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정부가 9·7 대책을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접 시행을 핵심 카드로 꺼내 들면서, ‘민간참여형 공공주택(민참사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가 시세 대비 저렴하게 공급된다는 점에서 ‘가성비 로또’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실수요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기회와 조건은 녹록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참사업은 LH 등 공공 사업자가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 건설사가 주택 건설·분양을 맡는 방식의 공공주택 공급 사업이다. LH는 2014년 처음 이 방식을 도입해 지난해까지 약 7만가구 규모를 추진했다. 민참사업은 건설사 입장에선 토지 매입과 사업비 조달 부담이 적어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LH는 민간의 브랜드와 기술력을 활용해 공공주택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고 민간 브랜드가 붙기 때문에 청약 성적도 양호한 편이다.
건설업계도 민참사업을 주시하고 있다. 최근 주택 경기 침체로 민간 분양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민참사업은 사업비 회수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사업 성공의 최대 변수는 공사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공급될 공공주택 역시 적정 공사비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재비와 인건비가 꾸준히 오르는 상황에서 원가 절감 압박이 과도해질 경우, 건설사 입장에서는 민참사업 참여 매력이 반감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 실수요자 관점에서는 ‘가성비 아파트’라는 매력에도 불구하고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다. 최근 위례와 과천에서 분양된 민참 단지는 수백 대 1에 달하는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실상 수십 년간 청약통장을 꾸준히 납입한 이들만이 도전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이른바 ‘청약 만렙’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특별공급 비중도 변수다. 일반 민간 분양보다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등 특정 계층에 할당되는 물량이 상대적으로 크다 보니, 일반 청약자에게 돌아오는 몫은 제한적이다. 청약통장을 오래 유지해온 무주택자라 하더라도 가점 경쟁에서 밀리면 ‘가성비 로또’의 기회는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다만 가격 경쟁력은 확실한 장점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데다, LH가 토지를 제공하기 때문에 민간 단지 대비 분양가가 수억원 낮게 책정된다. 실제로 위례와 과천 단지는 인근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돼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를 절반 가격에’라는 인식이 퍼졌다. 이 때문에 실수요자뿐 아니라 무주택 청년층, 신혼부부 사이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한편 업계에서는 “결국 성패를 가르는 요인은 공사비”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향후 공공주택 공급에서도 적정 수준의 공사비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건설사들이 적극 참여할 유인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우려는 사업 속도다. 민참사업은 민간과 공공이 협업하는 만큼 인허가, 설계, 분양 과정에서 이해관계 조율이 필요하다. 기존 3기 신도시에서도 민참사업 지연 사례가 있었던 만큼, 정부가 계획한 ‘2030년까지 6만가구 공급’ 목표가 현실화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따른다.
이에 전문가들은 민참사업이 ‘공급 확대’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실수요자에게 실질적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민참사업은 건설사에는 안정적 수익 모델이 될 수 있지만, 실수요자에게는 높은 경쟁률과 제한적 물량이라는 문턱이 있다”며 “저렴한 분양가와 브랜드 아파트라는 장점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공사비 현실화와 청약제도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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