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자본주의 새판짜기④] 노란봉투법, 중후장대 안전망 확보...노사균형 제도마련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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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자본주의 새판짜기④] 노란봉투법, 중후장대 안전망 확보...노사균형 제도마련 관건

투데이신문 2025-09-11 10:47: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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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지난 3일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인 가운데 노조 조합원들이 사내 도로를 돌며 오토바이 경적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노동조합/뉴시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지난 3일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인 가운데 노조 조합원들이 사내 도로를 돌며 오토바이 경적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노동조합/뉴시스]

【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내년 3월 10일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두고 자동차·철강·조선업계 현장이 요동치고 있다.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줄이고 원청 사용자 범위를 넓히는 법의 핵심 조항은 노동계에선 교섭 책임을 실질화하는 안전망으로 환영받지만, 산업계에선 현장 파업 리스크가 오히려 증폭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법 통과 직후부터 원청을 겨냥한 노조 투쟁이 이어지며 기업들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뒤 정부 이송 절차를 거쳐 이달 2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됐고, 고용노동부는 지난 9일 법이 내년 3월 10일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노조 쟁의 범위를 기존 임금·근로조건 중심에서 구조조정·정리해고·사업 통폐합 등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까지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불법 여부와 관계없이 기업이 조합원 개인에게 대규모 손해배상이나 재산 가압류를 청구하던 관행을 제한하고, 원·하청 교섭 구조를 제도적으로 열어 비정규직·하청 노동자도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노동계에서는 법 시행으로 조합 활동에 따른 과도한 경제적 부담이 완화되고, 파업이나 쟁의 행위가 개인 생계 위협으로 직결되던 현실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손해배상·가압류 제한으로 교섭 테이블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지고, 원청과의 직접 교섭이 가능해지면서 그동안 교섭권에서 배제됐던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도 협상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반면 국내 중후장대 산업계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겹겹이 얽힌 하청 체계 속에서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면서, 원청 기업의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금·근로조건을 둘러싼 분쟁이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질 경우 경영 전략과 생산 일정 전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3일 HD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이 4시간 부분파업에 나서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노동조합/뉴시스]
지난 3일 HD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이 4시간 부분파업에 나서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노동조합/뉴시스]

조선업 현장에서는 이미 갈등의 불씨가 치솟고 있다.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조선·HD현대삼호중공업 노조가 동시에 파업에 돌입했고, 울산조선소에서는 노조원 수십 명이 40미터 높이의 턴오버 크레인을 점거했다. 현수막을 내걸고 진입로를 오토바이 수백 대로 봉쇄하며 장기전을 예고한 것이다. 백호선 HD현대중공업 노조 지부장은 “고공 농성으로 최고 경영자의 결단을 끌어내겠다”고 밝혔다. 대형 선박 수주가 이어지는 시점에 생산 차질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같은 시기 철강업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법 시행 이후 구조조정이나 설비투자 축소 같은 경영상 판단을 둘러싼 단체행동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고로 정비나 제강 공정이 멈출 경우 수천억 원대 손실로 직결될 수 있어 경영 부담이 크다는 평가다.

노사 갈등은 자동차 산업에서도 피할 수 없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6월 상견례 이후 교섭이 지연되자 7년 만에 부분 파업에 돌입해 3일부터 9일까지 울산공장 5개 생산라인을 멈춰 세웠다. 임금 인상과 성과급 확대뿐 아니라 정년 연장, 주 4.5일제 도입, 해외 부분조립생산(SKD) 공장 증설·신사업 착수 시 노조 통지 의무화까지 요구하면서 교섭 의제는 경영 의사결정 영역으로 확대됐다. 이후 노사가 잠정합의에 도달했지만, 업계에서는 갈등의 불씨가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의 취지가 노동자의 권익 보호라 하더라도, 현장에서 파업 강도가 높아지면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노사 모두가 제도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향후 산업의 안정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란봉투법이 노동자 권익 보호라는 본래 취지를 갖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충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단순한 제도 변경을 넘어 경영 전략, 투자 의사결정, 비용 구조 전반을 흔들 수 있어 노사 모두가 대응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수 인하공전 조선기계공학과 교수는 “신사업 추진이나 자산 매각 같은 경영상 판단을 할 때 법적으로 노조 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반발이 변수로 작용해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 있다”며 “제도가 안정적으로 안착하려면 노사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 균형을 맞춰 상생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는 “원청의 사용자 책임이 확대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동일임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고, 하청업체들도 납품 단가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변화가 겹치면 대기업보다 체력이 약한 중소·중견 제조업이 먼저 흔들리면서 산업 생태계 전체가 취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3차, 4차까지 있는 하청 구조로 구성된 제조업은 법 시행 충격이 가장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소송과 파업 리스크가 겹치면 기업은 국내 생산 기반을 축소하고 해외 이전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노사 균형이 중요한데 현재 구조는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며 “임단협을 매년 반복하는 방식도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만큼, 협상 주기 조정이나 제도적 보완을 통해 기업이 국내에서 경영 부담을 덜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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