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서명 기업 모두싸인(대표 이영준)이 이동주 전 번개장터 CTO를 새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경영진 보강 차원을 넘어, 전자서명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생성형 AI 기반 계약생애주기관리(CLM, Contract Lifecycle Management) 솔루션 전문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이동주 CTO는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자연어처리(NLP) 전문가다. 대학원 재학 시절 공개한 한국어 형태소 분석기 ‘꼬꼬마(KKMA)’는 국내 최초의 오픈소스 형태소 분석기로, 지금도 연구와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시절에는 대규모 텍스트 마이닝 엔진과 추천 시스템을 개발하며 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후 AI 기반 추천 솔루션 기업 레코벨을 거쳐, 블록체인 플랫폼 스타트업 ‘부스트(Voost)’와 이더리움 레이어2 개발사 ‘라이트스케일(Lightscale)’을 공동 창업하며 연쇄 창업가로 활동했다.
부스트가 번개장터에 인수된 이후에는 CTO로 합류해 대규모 트래픽 처리와 AI 기반 검색·추천 시스템 고도화, 사기 탐지 시스템 구축 등을 주도했다. 당시 번개장터는 중고거래 플랫폼의 신뢰성과 기술력을 강화하며 업계 내 입지를 크게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두싸인은 단순 전자서명 기업을 넘어 AI 기반 계약관리 솔루션 기업으로 빠르게 방향을 틀고 있다. 생성형 AI와 문서 분석 AI를 결합해 계약서 자동 분류, 리스크 탐지, 조건 요약 등 계약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CLM 솔루션 고도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최근 업스테이지와 협력하며 기술 파트너십을 넓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회사 측은 엔지니어링, AI 연구, 보안 등 핵심 인재를 확충해 계약 데이터 분석·처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보안과 데이터 통제가 필수적인 금융, 건설, 공공기관 고객을 겨냥해 클라우드보안인증제(CSAP)를 충족한 SaaS 솔루션과 기업별 맞춤형 온프레미스(On-Premises) 구축형 솔루션을 병행 제공한다.
이영준 모두싸인 대표는 “모두싸인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국형 계약관리 솔루션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이동주 CTO 영입은 기술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려 CLM 혁신을 앞당기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주 CTO 역시 “모두싸인은 전자서명 시장을 선도하며 방대한 계약 데이터와 고객 기반을 확보한 기업”이라며 “이 자산을 바탕으로 AI 기술을 실현하고 계약관리 솔루션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모두싸인의 정체성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 전자서명 서비스는 이미 대중화 단계에 접어든 반면, CLM 시장은 글로벌에서도 성장 초기 단계로, 선점 효과를 노릴 여지가 크다.
다만 계약서와 같은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특성상, AI 적용 과정에서 보안·프라이버시·법적 책임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생성형 AI 모델의 특성상 오탐지나 불완전한 요약 결과가 계약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어, 기술적 완성도와 법적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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