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상공인들의 현주소는 위태롭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소상공인 경기 체감 지수(BSI)는 67.6으로 전월 대비 2.4포인트 하락했다.
7월 전망치도 76.2로 소폭 떨어지며, 당분간 체감경기가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시장 또한 상황은 비슷하다. 소비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매출은 제자리거나 줄어드는 반면, 임대료·인건비·재료비 등 고정비는 계속 오르고 있어 소상공인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2025년 2분기 전국 소상공인 평균 매출은 4,507만 원으로 전분기 대비 7.9% 늘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0.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179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7.3%, 전분기보다 14.9% 증가했지만, 이는 철저히 ‘지출 절감’ 덕분이다.
다시 말해 더 벌어서 이익이 난 게 아니라, 덜 쓰고 버텼기 때문에 나온 숫자다.
실제 현장의 목소리는 차갑다. 서울의 한 음식점 주인은 “손님이 줄어들다 보니 재료를 대량 구매하지 못하고 소량 구매를 반복하면서 단가가 더 올랐다”며 “매출은 빠지는데 지출 절감도 한계라 이제는 어떻게든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들의 태도 변화도 소상공인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최근 ‘덜 마시고 덜 놀기’라는 표현이 회자되듯 외식과 여가 지출은 줄고, 저축과 필수품 중심 소비가 강화됐다.
특히 외식업, 숙박·여행업, 여가 서비스 업종에서 타격이 크다. 계절적 요인으로 봄·여름 매출은 다소 늘었지만, 근본적인 소비 위축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일시적 반짝 상승일 뿐이라는 우려가 크다.
정부도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소상공인 부담경감 크레딧 지원사업, 배달·택배비 지원, 금융지원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현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 이재명 대통령이 전통시장을 방문해 생필품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지원 조건이 까다롭거나 특정 업종에만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정작 가장 어려운 소상공인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는 불만이 나온다. 또 일시적 보조금보다는 임대료·세금 구조 개편, 장기 저리 대출 같은 지속 가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단체 관계자는 “정책이 쏟아지지만 실제 체감하는 효과는 미미하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맞춤형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상권별 특성을 고려해 임대료 상한제를 시범 도입하거나, 배달 플랫폼 수수료를 정부가 직접 협상해 낮추는 식의 구체적인 조치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전환 역시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온라인 주문, 배달, 디지털 결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러나 상당수 소상공인은 여전히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술 교육과 시스템 도입에 필요한 비용이 만만치 않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지원금 일부를 디지털 역량 강화와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상공인은 한국 경제의 뿌리다. 전국 자영업 종사자는 약 600만 명, 이들의 생존은 단순한 업종 문제가 아니라 국민 경제 전반과 직결된다. 소상공인이 버텨야 일자리도 유지되고, 지역 경제도 살아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표에 안심하는 정부의 시각이 아니라 현장에서 들려오는 절박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이다.
단기 지원금이 아닌 장기적 체질 개선 정책, 임대료·세금·수수료 구조 전반을 손보는 근본적 대책, 그리고 소상공인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디지털 전환 지원. 이 세 가지가 지금 당장 추진돼야 할 최소한의 조건이다.
소상공인들은 오늘도 불 꺼진 점포 안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며 내일을 걱정한다. “조금만 더 버티면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을 말하지만, 그 희망이 현실이 되려면 사회 전체의 책임 있는 대책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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