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모험자본…`돈맥경화`에 쓰러지는 한국 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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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모험자본…`돈맥경화`에 쓰러지는 한국 벤처

이데일리 2025-09-11 07:01: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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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준형·김혜미 기자] 자금이 부족한 벤처 기업에게 투자 유치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일정 금액의 유보금을 유지하는 대·중견기업 들과 달리 벤처 기업은 단기간의 유동성 부족으로 문을 닫는 경우가 허다하고 이 때문에 벤처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금액은 물론 투자 건 수 또한 급감하는 모습을 보여 한국 벤처 생태계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0일 스타트업 통계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1~7월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금액은 총 3조 144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3조 8834억원) 대비 19.02%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금이 많이 풀렸던 2022년 같은 기간(11조 7258억원)에 비하면 73.18%나 줄어들었다.

특히 투자 건 수가 대폭 줄어든 것이 주목된다. 그만큼 다양한 벤처기업들의 성장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더브씨에 따르면 올해 1~7월 벤처캐피털(VC) 등 국내 기관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한 건 수는 총 587건으로 전년 동기(900건) 대비 34.77%나 감소했다. 중소 벤처캐피털인 바인벤처스의 조명우 대표는 “고금리가 지속되며 투자 위험 기피 현상이 심해지면서 될만한 기업에만 자금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처업계에서는 극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가 급감하면서 젊은 창업자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극초기 기업을 의미하는 Seed 단계의 기업들에 대한 올해 1~7월 투자 건수는 169건을 기록해 전년 동기(400건) 대비 57.7%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젊은 이들의 창업도 줄어드는 모습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창업기업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창업자가 30세 미만인 창업 기업수는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소재한 모 전자업체 대표는 “주변 벤처들이 몸집을 줄이기 위해 나이 많은 직원들 부터 내보내는 모습들이 보이며 단지 내 공실도 늘어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모 벤처기업 사장은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해지다 보니 젊은 이들의 창업 열기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벤처기업들로 유입되는 젊은 인재들의 수준도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A 창업 지원 기관은 “인구 감소 등 구조적 요인으로 국내 보다는 해외에서 기회를 찾고 있는 VC들이 늘고 있고 이 때문에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벤처나 해외 벤처에 투자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것도 국내 벤처들에게는 불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털 업계의 양극화가 초기기업 투자 부진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A 벤처캐피털 대표는 “투자 위험을 기피하는 현상이 커질 수록 중소형 VC 보다는 투자 성공 이력이 많은 대형 VC들에게 자금이 몰리게 되고, 대형 VC들은 투자 건 당 어느 정도 이상의 투자 규모를 유지하기 때문에 극초기나 작은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벤처기업들은 어렵게 되고 창업 열기도 꺾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B 벤처캐피털 대표는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다 보니 관련 벤처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것 같다”며 “과거 닷컴 열풍 처럼 본업에 크게 관련은 없지만 ‘AI’라는 이름을 접목시켜 투자 유치를 잘하는 기업들이 나오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정부의 벤처 투자 펀드라고 할 수 있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모태펀드(정부 출자 자금을 기반으로 민간 자금과 함께 펀드를 조성해 벤처에 투자하는 공공정책 펀드)의 연간 신규 예산(벤처캐피탈협회 기준)은 2021년 1조 4300억원에서 2023년 6800억원으로 급감한 뒤, 올해 1조 4200억원 수준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공공 기관의 출자 확대가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데는 시간 차이가 있고 또 민간 부분에서의 투자 분위기 회복이 급선무 라는 지적들이 많다. C 벤처캐피털 대표는 “정부의 출자금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민간 영역에서 투자 분위기가 식어 있는 상황이라 정부 출자금 이외의 나머지 출자금을 모으기가 너무 힘들다”며 “은행 대출을 받아서라도 펀드 결성을 완료해야 겠다는 생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벤처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 또한 한국 경제에 걱정을 더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국내 벤처기업들의 총 영업이익은 -422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 당 평균 1100만원의 영업손실을 보였고, 협회가 실태조사를 시작한 1999년 이후 첫 적자 전환이다. 매출 1000억원이 넘는 ‘벤처천억기업’들만 비교했을때도 지난 2022년 평균 229억원의 영업이익이 2023년에는 207억원으로 9.6% 감소했다.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이었던 벤처가 이제는 대한민국 산업 수익성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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