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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쳐’로 도배된 AK플라자 홍대점
10일 오후 방문한 AK플라자 홍대점은 평일임에도 젊은 국내외 고객들이 뒤섞여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국내 콘텐츠 전문업체 SMG홀딩스가 일본업체 LTR과 함께 국내 최초로 선보인 테마카페 ‘박스 카페앤스페이스 홍대점’이 주목을 받았다. 첫 협업 지식재산(IP)으로 일본 유명 만화 ‘명탐정 코난’이 선정돼 다음달 9일까지 테마카페가 운영된다. 이날 현장에서도 만화 속 세계관을 경험하고자 하는 국내외 젊은 고객을 많이 볼 수 있었다.
1990년대 말 애니메이션 시장을 뒤흔들었던 인기 작품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30주년을 기념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원화전(유료)도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됐다. 여성 고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원화전을 체험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지난 1일부터 시작한 ‘토마토물산전’이라는 이색 팝업도 MZ여성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콘텐츠였다. 토마토를 주제로 한 24개 소품 브랜드들이 참여하는 행사로,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진로토닉워터 토마토’ 시음부터 토마토 관련 뱃지, 스티커 등을 구매할 수 있다.
AK플라자 홍대점은 2021년 지역 상권에 맞춰 대대적인 개편에 나서면서 서브컬처 중심으로 상품기획(MD)을 전환했다. 명품 브랜드 매장은 없지만 홍대 지역을 찾는 젊은 국내 고객들과 관광차 방문한 외국인 고객들이 한데 섞여 홍대의 ‘핫플레이스’로 거듭났다. 실제 애경그룹의 유통 계열사인 AK플라자는 최근 전반적으로 실적이 좋지 않지만, 홍대점만은 개편 이후 4년간 꾸준히 매출(지난해 기준 837억원)이 늘고 있다.
홍대점은 타 유통사들의 시장 조사 장소로도 자주 활용된다. 이날 시장 조사차 홍대점을 방문한 A유통사 관계자는 “AK플라자 홍대점은 대원미디어가 운영하는 애니메이트(일본 애니메이션 상품 매장) 등의 콘텐츠를 적극 배치해 젊은 고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시장 조사차 종종 들린다”며 “팝업도 자주 다양하게 바꾸는 것도 특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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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와 함께 부상한 서브컬쳐, 유통가 대안으로
HDC아이파크몰 용산점도 최근 서브컬쳐 콘텐츠로 대변신 중이다. 지난달 초 오픈한 ‘도파민 스테이션’이 대표적으로, 최근 누적 방문객 수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국내 최대 규모 닌텐도 전문 매장은 물론,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매장 등이 입점했고 일본 대표 게임사 스퀘어에닉스 팝업매장, SMG 굿즈 매장 등이 한 층에 모두 밀집했다. 6층엔 국내 처음으로 일본의 유명 콘텐츠 업체 반다이남코의 ‘반다이남코 코리아 스토어’가 오픈하기도 했다.
용산점은 도파민 스테이션과 반다이남코 코리아 스토어 등 서브컬쳐 콘텐츠 배치에 힘입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지난 7월 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29% 늘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용산점의 연간 매출은 5420억원 수준이다.
서브컬쳐는 사회의 주류 문화와 달리 일부 집단이 공유하는 독자적 정체성을 가진 문화를 뜻한다. 1980년대 이후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당시 비주류 문화였던 것들이 서브컬쳐의 범주에 속하게 됐고 최근까지도 같은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과거와 달라진 건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등장과 함께 서브컬쳐가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신세계·롯데·현대·갤러리아 등 국내 주요 대형 백화점 매출 가운데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전후로 높은 편이다. 대형 백화점이 아니면 명품 브랜드 유치도 어렵고 관리 역시 까다롭다. 이에 비교적 명품 유치가 힘든 AK플라자와 HDC아이파크몰은 콘텐츠 자체를 서브컬쳐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했고, 모객 등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단 평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뒤에서 조용히 즐기던’ 서브컬쳐 문화가 MZ세대와 함께 외부로 나오면서 유통가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명품에 비해 매출 단가는 낮지만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게임 등에 친숙한 MZ세대 모객에 용이해 공간의 차별화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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