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인생 23] 毒으로 바뀐 '선물 어원'···"깜짝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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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생 23] 毒으로 바뀐 '선물 어원'···"깜짝 놀랐어요?"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09-11 05:29:1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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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선물을 뜻하는 영어 ‘gift’는 게르만어인 geben(게벤, 주다)에서 왔습니다. Gift는 문화와 시대에 따라 정반대의 의미를 가진 가장 독특한 단어입니다. 오늘날 영어권에서는 긍정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 주는 것 >>선물 , 하늘이 주는 것 >>재능

 하지만 Gift의 원조인 독일어에서는 독(,poison)의 의미만 남았습니다. 선물이라는 뜻이 전혀 없어 깜짝 놀랐습니다. 독일인들은 왜 기프트라는 단어에서 선물이라는 의미를 없애고 독이라는 의미만 남겼을까요?

·초기에는 주는 것 >>선물의 의미였으나,

중세 이후

·신이 주는 것에 대한 두려움 >>해로운 물건인 독으로 의미가 굳어졌습니다.

 신이 준 재능을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된다고 두려움을 느낀 것입니다. 재능이 너무 많아도 독이 됩니다. 영어 표현으로 재능있는 아이를 'gifted child' 라고 합니다. 선천적으로 특출한 재능과 능력을 갖춘 이들에게 쓰는 표현인데, gift라는 단어가 선물이라는 뜻을 고려하면 '선물같은 재능'이네요. 그러므로 후천적인 노력으로 얻은 재능에는 gifted라는 단어를 쓰지 않습니다. 재능은 좋은 출발점으로 유리한 것은 분명하나, 역설적으로 재능이 저주일 수도 있습니다.

 젊은 시절엔 생각의 깊이보다 속도와 순발력에 끌립니다.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고, 요약본만 읽고도 천페이지 책을 읽은 사람처럼 응용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감탄합니다. 초기에는 그렇게 머리 좋은 사람이 성공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그에 대해 깊은 실망감을 느끼고 더 이상 매력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타고난 영리함과 순발력으로 그동안 버텨오다 요약본 등 인풋이 사라지니 별 생각없는 사람처럼 과거이야기만 하는 뻔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재능만 믿고 노력하지 않는 결과입니다. 우리는 스포츠, 예술, 정치, 경제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재능이 독이 되는 경우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한번 추정해 봅시다. 처음에는 Gift가 좋게 말해 선물이지만 점점 뇌물로 발전되었겠지요. 동서를 막론하고 선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는 데서 뇌물은 출발합니다. 선물은 받는 사람을 즐겁게 해 주기에 좋은 것인데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와같이 선물과 뇌물은 뿌리가 같습니다.

익히 알려진 선물과 뇌물의 구분하는 방법입니다.

"받아놓고 부담없이 잠을 잘 수 있으면 선물이고, 잠이 오지 않으면 뇌물이다."

요즈음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는 사건은 모두 큰 선물(?)을 받고 잠이 오지 않으니 그에게 대가로 자리를 내어 준 것이지요. 물론 의도된 대가를 노리고 준 물건임을 이심전심으로 알았습니다.

 금거북이가 설마 선물이겠습니까. 연세도 있는데 끊임없이 권력을 추구한 한 학자는 자리욕심이 얼마나 큰지 금거북이를 바치고 장관급 자리를 얻은 모양입니다. 이 얘기를 듣자마자 구한말 에피소드가 자동으로 떠올랐습니다. 고종 때 평양감사인 민영휘는 백성들의 고혈을 짜서 고종부부에 금송아지를 바쳤지요. 그후 그는 요직이란 요직은 다 차지하여 화려한 관력을 쌓았습니다. 하여 시중에서는 그를 금송아지 대감이라 불렀습니다. 구한말 매관매직의 대표적 인물로 조선을 고물로 만들었지요. 그렇게 나라를 잃었건만 현대의 권력자 중에도 선물이라는 포장의 뇌물을 좋아하는 어리석은 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인식구조가 뇌물을 선물로 인식하고 당연하게 여기니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매관매직이 무슨 매직 magic인가?'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한 인물들이 어떻게 여전히 권력의 상층부에서 군림할 수 있을까요? 재능이 많아서라고요? 그렇다면 독이 된 재능을 말하는군요. 재능이 없었더라면 노력하면서 절제하고 살았을텐데 말입니다. 뛰어난 재능을 자신의 출세만을 위해 사용하면 이 너무 시시하고 반드시 실족하게 되어있습니다.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책임의식을 갖지 않으면 패가망신을 당합니다.

 그런데도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YSDJ 시절 자식문제로 고통을 당하고 부패가 식을 줄 모르자 자식없는 정치인은 깨끗할 것 아닌가,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습니다.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하지만 자식도 없고 재산도 많아 돈이 더 이상 필요없을 텐데도 뇌물을 받는 것을 보면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얼마 안되는 것(?)이 자신을 묶는 족쇄가 될 줄 몰랐단 말인가요? 그동안 역사에서 무엇을 배웠을까요? 역사로부터 업데이트되지 않은 엘리트는 공직사회를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지나친 선물gift과 재능gift은 모두 독gift. 기프트를 좋아할지 슬퍼할지 헷갈립니다. 인생에는 두 가지 비극이 있습니다. 재능이 너무 부족해 노력해도 이루지 못하는 것이 그 하나요, 또 하나는 재능이 넘쳐 뜻을 쉽게 이루고 그 성과에 도취해 그만 파국으로 추락하는 것입니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비극과 원하는 것을 얻는 비극, 인간세계의 아이러니를 잘 보여 줍니다. 이제 이진민 작가의 글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지나친 선물로 구설에 오르는 사람들이 있는 세상에서, 세상에는 기프트를 독이라는 뜻으로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낯선 언어가 우리에게 건네는 삶의 지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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