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사태 1년 지났지만…사모펀드 규제는 여전히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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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사태 1년 지났지만…사모펀드 규제는 여전히 '구멍'

이데일리 2025-09-11 05:1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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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누구 하나 이득이 없는 싸움이었다.”

국내 산업계 전반에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던 고려아연 사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오는 13일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지 1년이 되지만, 여전히 고려아연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영풍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문제는 불필요한 공방전을 되풀이하는 경영권 분쟁이 길어지면서 기업가치는 갈수록 하락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축인 전략광물을 생산하는 고려아연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과 산업계를 중심으로 과도한 차입 매수(LBO) 방식을 통해 문어발식 확장을 이어가는 사모펀드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보호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 지난해 9월 이후 고려아연과 MBK·영풍 사이에 발생한 경영권 분쟁 소송은 24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올 2월 MBK·영풍이 제기한 임시주주총회 결의취소 청구 소송과 5월에 낸 정기주주총회 결의취소 청구 소송, 6월에 영풍이 재항고한 의결권행사허용 가처분 사건 등 5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적대적 M&A 시도, 방어, 공격 등이 계속되는 공방전이 펼쳐지는 사이에 고려아연의 재무구조는 갈수록 악화됐다. 고려아연의 지난해 말 별도기준 총차입금은 4조713억원으로 2023년 말(4107억원)에 비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5.8%에서 83.2%로 67.4%포인트나 올랐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4%에서 33.2%로 증가했다.

글로벌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은 최근 탈중국 공급망 강화의 일환으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선 불안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고려아연은 지난 6월 전략광물인 안티모니를 미국에 수출하기 시작했고,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경영권이 MBK·영풍 연합에 넘어갈 경우 경제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MBK가 국내에서 활동하지만 실제 출자자 구성을 보면 중국투자공사(CIC)를 비롯해 중국자본과 중동자본 등이 많이 포함돼 해외자본이라는 평가가 많다”며 “만약 고려아연을 인수하면 국가핵심기술 등 주요 기술의 해외유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현재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하이니켈 전구체 제조 기술과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임박한 고순도 아연 제련 기술(헤마타이트 공법) 외 안티모니 생산 기술 등 공급망 차원에서 중요한 기술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지난 3월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51기 주주총회.(사진=김성진 기자.)


사모펀드의 과도한 차입매수 전략을 규제해야 한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MBK는 10년 전 막대한 자금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지만 재무·사업 기반이 악화한 탓에 올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또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앞두고도 채권을 발행하며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의혹 속에 검찰이 칼끝을 겨누고 있으며, 금감원 역시 재조사에 나서며 MBK를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MBK가 대주주로 있는 롯데카드에서 해킹 사고가 나면서 사모펀드와 MBK파트너스에 대한 논란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사모펀드의 과도한 차입매수를 규제하는 입법 추진이 이어지고 있다. 올 6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모펀드의 차입한도를 원칙적으로 순자산액의 400%에서 200%로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도 올 8월 자본시장법과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묶어 ‘MBK 사모펀드 규제법’을 발의했다. 자기자본의 4배까지 가능한 차입한도를 2배로 제한하고 투자내역, 차입규모, 보수체계 등 사모펀드 운용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사모펀드가 문어발식으로 인수합병(M&A)을 시도할 때 외부 차입에 의존한 레버리지 바이아웃 거래에 대해선 강력한 페널티를 줘야 한다”며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한 뒤 재임차해 영업하는 세일앤리스백(S&LB) 방식도 막을 수 있도록 장치를 두고 공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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