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더멘털과 주가의 괴리[김학균의 투자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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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더멘털과 주가의 괴리[김학균의 투자레슨]

이데일리 2025-09-11 0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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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8월에 주춤했던 코스피가 힘을 내고 있다. 10일 코스피는 50포인트 넘게 급등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강세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경제의 성장세 회복과 기업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이 멈춘 정도다. 2025년 한국 GDP 성장률 컨센서스는 1.0%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1.8% 성장이 예상됐지만 건설투자의 부진과 수출 둔화 등으로 전망치는 줄곧 하향 조정돼 왔다. 신정부 출범 이후 공격적인 추경 등으로 성장률 전망치의 하향은 진정되고 있지만 의미있는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가 형성돼 있는 것은 아니다. 2026년 성장률 전망치는 줄곧 1.8%에서 유지되고 있다. 한국 경제에 1%대 성장은 낯선 일이다. 한국 GDP가 최초로 1%대 성장을 나타낸 해는 2023년으로 1.6%를 기록했다. 이후 2024년에 2.0%로 2%대에 턱걸이한 이후 2025년과 2026년 전망치는 논의한 대로 각각 1.0%와 1.8%다. 한국은행 총재가 말한 것처럼 이제 1%대 성장이 우리의 진짜 실력인 시대가 열리고 있는 듯하다.

상장사 이익 전망치도 마찬가지다. 코스피 상장사 2025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작년 4분기 초 345조원을 정점으로 줄곧 하향 조정되면서 9일 현재 285조원까지 내려앉았다.

미래에 대한 전망은 늘 가변성을 띠지만 현 시점에서 한국 경제와 기업이익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시의 상승세는 지속하고 있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한국 증시의 강세는 단연 돋보인다. 코스피의 2025년 상승률(9월 9일까지)은 35.8%로 블룸버그에서 집계하고 있는 세계 주요 증시 91개 중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보다 성과가 좋은 증시는 케냐, 파키스탄, 슬로베니아 등 글로벌 자본시장의 변방국가들이기 때문에 한국 증시가 올 들어 보여주고 있는 성과는 주요국 중 단연 1위로 평가해도 무방하다. 미국 나스닥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2025년 상승률은 각각 13.3%와 10.7%, 일본 니케이225지수와 대만 가권지수의 성과는 각각 8.9%와 7.9%에 불과하다.

지난해까지 잘나갔던 해외 증시들이 부진하고 장기 침체가 이어진 한국 증시가 반등하는 모습은 복잡한 분석에 앞서 가격 자체의 복원력이 작동한 결과로 볼 수도 있다. 주가의 자율 반락과 반등, 즉 ‘많이 오른 자산은 가라앉고 못 오른 자산은 상승’하는 ‘수익률 평균회귀’(mean reversion)의 역학이 주가에 투영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단순 가격 논리에만 기댄 반등이라면 한국 증시의 상승세는 곧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 증시의 상승세는 당분간 더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주가를 결정하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라고 본다. 펀더멘털과 밸류에이션, 유동성 등이 그것이다. 펀더멘털은 경제의 성장 활력, 상장사들의 이익 사이클 등을 반영하고 밸류에이션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과 보유 중인 자산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의미한다. 유동성은 특정 자산에 대한 수요, 즉 한국 주식을 사고자 하는 돈의 규모를 의미한다.

앞서 논의한 것처럼 펀더멘털로는 최근의 주가 상승을 설명하기 어렵다. 한국 주가의 상승은 밸류에이션 멀티플 상승,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에 대한 기대와 우호적인 유동성 여건에 영향을 받은 결과다.

신정부 출범 이후 가시화하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 노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7월과 8월에 각각 국회를 통과한 1·2차 상법개정안은 한국증시가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선의 대장정에 올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지배구조 개선이 가져올 여러 변화에 대해 논하는 건 이 글의 목적이 아니다. 펀더멘털 관점에서 지배구조를 바라보면 지배구조가 개선된다고 해서 기업이 돈을 잘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 개선은 ‘기업이 벌어들인 부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문제를 포함해 상장사들이 내리는 여러 의사 결정이 주주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내려져야 한다는 지향점을 띠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은 불특정 다수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지원 받아 사업하고 있는 상장사들이 응당 지녀야 할 태도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배구조가 개선된다고 해서 수익성이 개선된다는 인과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지배구조가 나쁘면 기업의 펀더멘털 대비 주가가 저평가되는 디스카운트 현상이 지속할 수 있다. 한편, 지배구조가 나쁜 기업이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인과성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유동성이 풍부하면 동일한 펀더멘털에 대해서도 시장은 높은 가격을 부여한다. 최근 한국 증시의 유동성 환경을 개선하고 있는 트리거는 달러 약세다. 최근에는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주춤하지만 그래도 1488원까지 상승하면서 15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뒀던 2분기 초와 비교하면 100원 넘게 하락했다. 달러가 약해지면 한국주식을 비롯한 비달러 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지게 된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원화 강세’로도 부를 수 있고 ‘달러 약세’로도 부를 수 있는데 최근 상황은 후자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수출 호조 등 한국 경제의 활력 제고에 기인한 원·달러 환율 하락이 아니라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수지 적자를 완화하고자 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통화 가치 조정 움직임 등이 환율에 투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외국인 순매수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베팅이라기보다는 환율 변화에 따른 국가간 자산 선호의 기계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주가는 경제의 그림자’라는 말이 있다. 주가지수는 국민경제의 전반적 상황이 투영돼 결정된다는 뜻인데 요즘 세상에는 맞지 않는 이야기다. 한국 경제도 걱정이 많지만 한국보다 더 나을 것 없어 보이는 독일과 일본 증시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가가 펀더멘털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는 게 이미 오랫동안 지속해 온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아닐까 싶다.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대처에도 너무 펀더멘털에만 집착하면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할 수 있다. 지배구조 개선은 오랜 시간을 두고 진행할 이슈이기 때문에 중기 시장 흐름은 원·달러 환율에 연동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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