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들 그러는 거죠"
최근 사석에서 만난 국제 기독교계 단체의 한 임원은 "목회자가 누굴 위해 기도해 주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며 목소릴 높였다. 세계 200여개국 기독교 단체의 연합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해당 인사는 "수 십억 명의 교인들에게 존경 받는 원로 목사 '망신 주기'에 전 세계 교계가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사연은 이렇다. 유럽에 거주중인 이 임원은 한국에 입국하기 전 미국의 대표적 목회자들로부터 같은 내용의 전화를 수 차례 받았다. 전 세계 3억명의 신도를 대표하는 BWA(세계침례교연맹) 회장을 지낸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가 한국의 검사들로부터 출석 조사 요구를 받고 있는게 말이 되느냐 게 이들 통화의 골자였다.
지난달 공무상 한국을 찾은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한국내 상황은 더욱 가관"이었다고 회고했다. 통역을 통해 접한 김장환 목사에 대한 특검 조사 이야기를 담은 국내 주요 언론의 반응이 충격적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전 대통령의 여사와 알고 지낸 게 죄인 건지, 통화를 한게 잘못 됐다는 건지 이해가 안된다"고 목소릴 높였다
더 큰 우려는 이 광풍이 실어 나를 출처 없는 '카더라'의 불씨다. 고가의 악세사리를 제공했다는 한 건설사는 이미 코마(coma) 상태이고, 다수의 명품 가방을 제공한 것으로 의심 받고 있는 모 종교단체도 쑥대밭이 된지 오래다. 김건희와 내란, 채 상병 등 3대 특검으로 나눠 증거주의 위주의 전방위적 수사를 펼친데 따른 결과다.
죄지은 자는 벌받아야 한다. 누구도 예외가 있어선 안된다. 문제는 사회적 부작용이다. '내란'이라는 씻지 못 할 아픔에서 비롯된 국정 농단의 암세포는 정확히 조준해 정밀 타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비록 주어진 인력과 시간의 부족으로 어렵더라도 말이다. 강한 힘이 아닌, 신중함을 바탕으로 한 집중된 행동이 필요하다.
김장환 목사의 참고인 조사가 대표적이다. 참고인 조사는 법적으로 거부할 수 있다. 출석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률전문가들은 정당한 이유 없이 불 출석할 경우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죄가 없다면 불응해도 전혀 문제 없단 얘기다. 부작용인 ‘불응’ 소식이 갖는 ‘아님 말고 식’의 전파력이다.
오늘은 해군 관련 시민단체가 극동방송국 앞에서 농성을 펼쳤다. 특검의 참고인 조사에 ‘불응’한 김장환 목사의 특검 출석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김 목사 측이 해병특검팀의 참고인 조사 요구에 회신 하지 않은 것이 알려지면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등 자극적 문구의 현수막을 내세운 농성이 펼쳐졌다.
정치권과 교계의 반응은 정반대다. 야당은 국민의힘은 물론 대다수의 여당(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 조차 특검의 조사 방식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내 개신교계 주요 단체들과 한국교회언론 등도 지난달 "김장환·이영훈 목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은 명백한 종교 탄압이자 기독교 무시"라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쯤되자 미국쪽 정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한미 동맹에 대한 굳건한 신뢰가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때 임에도 말이다. 본지 미국 정보통에 따르면 최근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에 김장환 목사를 대상으로 한 한 압수수색과 조사 요구 등에 대해 강력한 항의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디는 후문도 들린다.
중보기도란 말이 있다. '중보(仲保)’와 ‘기도(祈禱)’가 결합된 말로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하는 행위다. 3년여 전 故빌리 그래함 목사의 아들이자 미국의 대표적 종교 지도자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가 기소 위기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당시 전 대통령을 위해 정·재계 주요 인사들에게 중보기도를 요청한 게 대표적이다.
시시비비는 가려내야 한다. 하지만 국민 갈등 해소와 통합이 내란의 여파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시급한 국정 과제중 하나란 점도 잊어선 안된다. 모든 인간은 이분법적 기준으로 규정될 수 없다. 물론 경계해야 할 예외도 있다. 침묵이 곧, 죄인냥 치부하는 '갈등을 부르는 습관'이 그것이다. 일생을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해 온 원로 목사의 침묵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유정우 뉴스컬처 편집인 seeyou@nc.pr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