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이스라엘이 카타르 수도 도하의 한 주거용 건물을 9일(현지시각) 전격 공습했다. 10일 아랍권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경 도하의 웨스트 베이 라군 지역에서 여러 차례의 폭발음이 들렸고, 어두운 연기 기둥이 하늘로 치솟았다. 이곳에는 여러 외국 대사관을 비롯해 학교, 슈퍼마켓, 주택 단지가 들어선 곳이다.
이후 폭발음은 이스라엘 군이 하마스 정치 지도자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시설을 겨냥한 미사일로 인한 것으로 확인됐고, 하마스의 한 관계자도 “이번 공격이 하마스 휴전 협상단을 겨냥한 것”이라며 “하마스 협상단은 미국이 제시한 최신 휴전 제안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진행하던 중이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공습이 하마스를 겨냥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카타르는 곧바로 규탄 성명을 냈다. 마제드 알안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 범죄적인 공격은 모든 국제법과 규범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며, 카타르 국민과 카타르 주민들의 안보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맹비난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휴전 회담이 계속되는 가운데 하마스 협상 대표단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이스라엘이 평화 달성을 목표로 하지 않고 오히려 전쟁을 계속하려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맞비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 단독으로 감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하마스의 최고 테러리스트 지도자들을 상대로 한 오늘의 작전은 완전히 독립적인 이스라엘 작전이었다”며 “이스라엘이 시작했고, 이스라엘이 지휘했으며, 이스라엘이 모든 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공습은 가자지구 전쟁 중 휴전 중재국으로 활동해 온 카타르에 대한 공격이어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졌다. 우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공습은 카타르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비난하면서 “모든 당사자가 가자지구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영구적인 휴전을 이루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는 10일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이번 공습은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대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유감을 표하면서도 “이스라엘 지도자가 결정했고 미국이 개입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며 이번 공습과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자신의 SNS를 통해 “카타르에 대한 공격은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어떤 경우에도 이 지역에서 전쟁이 확산해서는 안 된다”며 카타르와의 연대를 표명했다.
특히 쿠웨이트,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시리아, 몰디브, 레바논, 모로코, 알제리, 이집트 등 인근 지역 이슬람 국가들이 일제히 비난을 쏟아내며 연대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번 공습에 대해 아랍에미리트(UAE) 외무부는 “노골적이고 비겁한 공격”이라고 비난했고, 터키 외무부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합의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맹비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도 “이스라엘의 잔혹한 침략과 카타르의 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하고 비난한다”며 걸프 국가인 카타르와 완전한 연대를 표명했다. 아울러 국제법과 모든 국제규범을 노골적으로 위반함으로써 초래할 심각한 결과에 대해 경고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군사전문가들은 만약 이러한 긴장이 계속 이어진다면 최근까지 이스라엘과 일부 국가들 간 분쟁 수준에서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 간 분쟁으로 더욱 확대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자칫 5차 중동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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