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박수남 기자] 인공지능(AI) 칩 시장의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가 그동안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 분야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는 CEO인 젠슨 황의 극적인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전략적 행보로, AI를 넘어 미래 컴퓨팅 패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10일(현지시간) InvestorsObserver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벤처 캐피탈 부문인 '엔벤처스(NVentures)'는 하니웰(Honeywell)의 양자 컴퓨팅 자회사인 '퀀티넘(Quantinuum)'이 진행한 6억 달러(약 8,300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 라운드에 참여했다.
이번 투자는 엔비디아가 양자 컴퓨팅 전문 기업에 단행한 최초의 공식적인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퀀티넘은 이온 트랩(Ion Trap) 방식의 양자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이다.
엔비디아의 이번 행보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젠슨 황 CEO가 양자 컴퓨팅의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젠슨 황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양자 컴퓨터가 기존 컴퓨팅을 대체하려면 최소 15년에서 20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실질적인 상업적 가치 창출이 어렵다고 평가절하한 바 있다. 당시 이 발언은 양자 컴퓨팅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하지만 불과 8개월 만에 젠슨 황은 태도를 180도 바꿨다. 업계 전문가들은 AI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기존 컴퓨팅 방식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는 복잡한 연산(신약 개발, 재료 과학 시뮬레이션 등)을 해결하기 위해 양자 컴퓨팅과의 결합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번 투자를 통해 단순히 재무적 이익을 넘어, 퀀티넘과의 긴밀한 기술 협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의 강력한 GPU 기반 AI 인프라와 퀀티넘의 양자 컴퓨팅 기술을 결합하여, 미래 컴퓨팅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이다.
특히, 양자 알고리즘을 시뮬레이션하고 양자 컴퓨터와 기존 슈퍼컴퓨터를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양자-클래식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엔비디아의 하드웨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AI 시대의 도래를 이끈 젠슨 황이 미래 기술인 양자 컴퓨팅 분야까지 포용하기 시작하면서, 향후 두 기술 간의 융합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참전이 양자 컴퓨팅 생태계 발전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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