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금값이 나날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달러 약세와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심리 확산이 금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내년 상반기에는 온스당 50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런던금시장협회(LBMA)에서 금 현물 가격은 장중 한때 온스당 3646.29달러에 거래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된 금 선물 12월물도 전날보다 0.7% 오른 3677.40달러에 마감됐다.
국내시장 역시 같은 흐름으로 지난 9일 KRX금시장에서는 일일 거래량이 1093kg으로 집계되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가운데 1kg 종가 기준으로는 16만7740원/g으로 직전 최고가인 16만3530원(2월 14일 기준)을 넘어섰다. 지난달 말 152만 8600원에서 불과 열흘 만에 약 10%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이날 한국금거래소 기준 순금 한 돈 살 때 가격은 70만4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전날(70만7000원)보다 소폭 줄었다. 2024년 9월 11일 순금 한 돈을 살 때 가격은 46만3000원이었다. 1년 새 상승폭은 53%에 달한다.
금값 상승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꼽힌다. 최근 고용지표 부진에 시장에서는 연준이 다음 주 회의에서 최소 0.25%포인트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기준금리 인하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개입하며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우려 역시 달러 약세의 원인으로 작용해 안전자산이자 대체 투자 수단인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현재 97선 중반에서 등락 중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달러지수는 110선에 근접했었다.
여기에 중앙은행의 금 보유 확대 기조까지 더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외환 보유고를 동결한 뒤 신흥국을 중심으로 '탈달러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각국 중앙은행은 외환 보유 다변화로 금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금값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상반기 중 금 가격이 온스당 4000달러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고, 경우에 따라서는 5000달러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 돈 기준으로는 10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NH투자증권 황병진 연구원은 “9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100%에 가까워지면서 금 가격의 강세를 재개시켰고,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사이클이 내년까지 가능하다고 보면 금 가격 강세 역시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또한 과거 중앙은행은 외환보유고 내에 달러나 미국채를 중심으로 한 미국 자산을 많이 담아놨으나 S&P에서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하면서 외환보유고를 금과 같은 다른 안전자산으로 다변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인식 또한 금 가격의 강세를 계속 이끌어 간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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