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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찾은 서울지하철 2·7호선 건대입구역 인근은 평소와 달리 휑한 모습이었다. 건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방면으로 이어지던 노점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펜스가 세워졌고 ‘불법 거리가게 집중 정비 지역’이라는 경고 현수막이 걸렸다. 일부 상인들과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주노련) 회원 20여 명은 거리 한쪽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남아 있는 40여 개 노점 역시 불이 꺼진 채 간판은 고꾸라져 있거나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어질러진 노점 박스 안을 들여다보던 상인 A씨는 “이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슨 일인가”며 당황해 했다.
이곳은 지난 10여 년 ‘건대 타로거리’로 불리며 학생과 관광객 사이에서 명소로 자리 잡았다. 사주나 타로를 보는 가게들이 줄지어 들어서며 각종 방송에도 등장해 한때는 줄을 서야 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길거리 음식과 액세서리 등을 파는 노점들도 함께 늘어서며 붐볐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풍경이 변했다. 주민들의 민원과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한 광진구청의 행정대집행 때문이다. 앞서 지난 8일 오전 4시쯤 광진구청은 김경호 구청장의 지휘 아래 건대입구역 주변 노점상을 철거했다. 총 75개소 중 46개가 대상이 됐다. 구청은 이번 철거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보도 폭이 좁은 데다 학생과 주민, 관광객까지 종일 유동 인구가 몰리는 지역 특성상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구청 관계자는 “이태원 사고 이후 보행 안전에 대한 민원이 특히 많았다”며 “주변 상인도 주민들도 불편하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접수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인들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한다. 10년 넘게 타로점을 운영해 온 윤지영(70)씨는 “전날까지만 해도 영업을 했는데 새벽에 용역차가 들이닥쳐 속수무책이었다”고 호소했다. 최인기 민주노련 수석부의장 역시 “노점은 도로를 무단 점유한 게 아니라 2010년 구청과 합의 끝에 박스 사용을 허가받은 것”이라며 “적어도 한 달간의 정리 기간은 주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상인들은 현재 김 구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밤샘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노점 박스를 철거한다면 다시 가판대나 천막 등을 활용해 영업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구청 측은 “철거 과정에서 물리적인 출동을 우려해 남은 노점들은 철거하지 못했다”며 추가 조치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한편 광진구는 지난해에도 강변역 주변 불법 거리가게를 정비한 바 있다. 강변역은 보도 폭이 건대입구역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넓어 서울시 조례에 따라 점용료와 대부료를 받고 일부 노점상의 영업을 허가했다. 구청 관계자는 “강변역도 50여개 소를 철거하며 생계형인 경우에 한해 조례에 맞춰서 허가했다”며 “거리가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법을 준수해 운영해야 하고 준수하지 않으면 벌점을 매겨 철거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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