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재형 기자] 쿠팡이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굳힌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새로운 ‘생존동맹’ 국면이 찾아왔다. 단독 경쟁만으로는 추가적인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상황 속 이해관계가 맞는 기업들이 손을 잡으며 ‘확고한 2위’라는 목표를 두고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가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에 ‘컬리N마트’를 오픈하며 양사 공동 TF(태스크포스)팀 구성 후 첫 결과물을 도출했다.
신세계 계열 G마켓도 알리익스프레스와 설립한 합작법인 승인 결과가 이달 내 나올 예정인 가운데 이커머스 산업 내 연합전선 구축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커머스 기업들의 협업을 두고 각 사의 강점을 결합한 서비스 고도화의 전초단계로 분석한다. 네이버와 컬리는 프리미엄 식품 판매 강화,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합작 법인은 직매입, 역직구 트렌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손을 맞잡은 기업들의 공통점은 유통과 물류의 결합으로, 일각에서는 해당 기업들이 상호 간 약점을 보완하며 시장 내 존재감을 키워가려는 시도로 분석한다.
특히 G마켓은 기존 오픈마켓 성향이 짙었던 만큼 알리익스프레스와 합작법인 설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직매입 강화와 운송 역량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이제는 쿠팡을 견제하거나 추격하기 위한 소모전은 더 이상 무의미해졌다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쿠팡이 현재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기까지 투자한 비용을 다른 기업들이 감내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이 현재 보유한 능력들의 시너지를 기대하며 협업을 맺는 방식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산업 구도가 새롭게 변화하면서 이커머스 시장의 최우선 요소 중 하나인 ‘충성고객 확보’ 경쟁도 점차 고객 쟁탈전 양상으로 전환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정점에 다다르면서 더 이상 기업들이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협업 서비스 제공, 독점 계약 등으로 다른 플랫폼의 고객이 자사 서비스 이용도 병행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전략을 구상한 것이라는 해석도 이어진다.
한편 국내 이커머스 산업이 2위, 3위 중심 구도로 재편될 경우 오히려 시장 파이가 축소되는 역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낸다. 변화하는 양상을 추격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영세기업들이 시장에서 사라지고, 소수의 대기업만 남게 될 것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커머스 시장에 새로운 활력 대신 ‘1강 2중’ 양상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서비스 혁신·강화 시도는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도 나온다.
이커머스 기업 간 생존에 사활을 건 연합전선 형성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강자 중심 재편이 쿠팡을 비롯한 다자구도 형성, 독과점 현상 강화라는 양날의 검을 안게 된 것이다.
한상린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더 이상 ‘반(反)쿠팡 전선’은 무의미할 정도로 기업 간 격차가 벌어진 상황”이라며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기업들의 발버둥이 이어지고 있고,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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