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올해 '청주공예비엔날레'에 폴란드 작가 4명이 처음으로 참여한다. 초청된 작가는 알리샤 파타노브스카(Alicja Patanowska), 베아타 레기에르스카(Beata Legierska), 유스티나 스몰렌(Justyna Smoleń), 마르친 루삭(Marcin Rusak)으로, 각기 다른 조형 언어와 실험적 접근으로 유럽 공예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인물들이다.
알리샤 파타노브스카는 도예와 유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시각 예술가로, 물질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얻은 체화된 지식을 기반으로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비엔날레 출품작인 '우리가 곧 날씨다(We Are The Weather)'는 물이라는 소재에 대한 작가의 철학을 드러내는 설치작품이다. 유기적인 형상의 푸른빛 도자기와 다채로운 물소리를 통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종을 연결하는 요소이자 생명의 근원인 물의 의미를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물과 흙이 함께 있던 상태에서 출발해 열과 시간을 거치며 물이 사라지고 흙만 남아 독립적인 형상을 이루게 되며, 다시 그 흙이 물을 담는 그릇이 된다. 흙과 물이 서로를 의지하는 관계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며 상호 의존, 연대, 협력의 가치를 성찰하게 한다.
베아타 레기에르스카는 폴란드 전통 코냐쿠프(Koniakow) 레이스의 장인으로, 머리카락처럼 가는 실을 다루는 섬세한 기술과 자신만의 패턴으로 코바늘 레이스를 회화적으로 표현한다. 그녀의 레이스는 장식을 넘어 기억과 감정을 담는 매체로, 꼼 데 가르송(Comme des Garçons) 등 세계적 브랜드와 협업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또한 워크숍과 시연을 통해 코냐쿠프 레이스의 보존과 현대화에도 힘쓰고 있다.
유스티나 스몰렌은 회화, 조각, 오브제, 설치를 넘나들며 독자적 조형 언어를 확장한다. 폴란드 크라쿠프 미술아카데미 회화과 교수로도 활동하는 그녀는, 더 이상 전시되지 못하는 손상된 장식품에서 영감을 받아 혼합적 콜라주 방식을 탐구한다. 버려진 도자기 인형, 식기, 조개껍데기, 일상 물건의 파편을 조합해 소라 껍데기, 화병, 촛대, 여러 개의 머리를 가진 ‘히드라(Hydra)’ 등으로 재탄생시킨다. 그녀의 작업은 익숙한 사물의 의미를 해체해 아름다움과 정상성의 기준을 다시 묻게 한다.
마지막으로 마르친 루삭은 자연, 덧없음, 아름다움이라는 주제를 실험과 발견을 통해 탐구하는 작가다. 그는 버려진 식물성 폐기물과 자연물을 재해석하며, 환경에 따라 변화하거나 소멸하는 오브제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과잉 생산과 소비를 비판한다. 이번 출품작 ‘리빙 아카이브(Living Archive)’는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 가능한 박테리아를 주입해, 작품 속 꽃이 점차 분해되고 흔적이 사라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는 2022년 엘르 데코 인터내셔널 디자인 어워즈(EDIDA)에서 올해의 신진 디자이너상을 수상했으며, 세계적 권위의 AD100 리스트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폴란드 아담 미츠키에비츠 문화원 관계자는 “폴란드 동시대 공예 작가들을 소개하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하게 되어 기쁘다”며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폴란드 공예의 다양성을 알리고, 새로운 문화적 담론을 나누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는 91개국 147개 팀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9월 4일 개막해 11월 2일까지 문화제조창과 청주시 일원에서 진행된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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