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제주 서귀포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제55회 대통령배 전국시도복싱대회에 참가한 A 군은 상대 선수에게 펀치를 여러 대 맞고 쓰러졌다.
심판의 승자 선언도 함께하지 못한 A군은 이후 병원으로 옮겨져 뇌수술을 받았으나 일주일이 지난 10일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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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제보받은 경기 영상에서 A 군은 1라운드에 이미 스탠딩 다운을 당했다. A 군은 2라운드에도 링에 올랐고 상대 펀치에 전혀 반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드도 제대로 취하지 못한 채 왼손 잽 두 대를 그대로 맞은 A 군은 이어진 오른손 스트레이트에 완전히 뒤로 쓰러졌다.
학생 학부모 측은 대회 운영과 응급조치, 소속 복싱 클럽 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1라운드에 이미 경기를 뛸 수 없는 상태였는데 2라운드 출전을 강행했고, 심판도 경기를 중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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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복싱협회 관계자는 본지에 “심판이 경기를 중단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동의한다”며 “지도자와 같이 정지를 못 시킨 게 이런 사고를 유발한 거 같다”고 말했다.
지도자의 판단에 대한 아쉬움도 말했다. 그는 “소속 선수를 가장 잘 아는 건 지도자”라며 “실력 차이 장단점 등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선제적 판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치가 속행 여부를 물으면 선수는 본능적으로라도 하겠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현직 복싱 지도자의 의견도 같았다. 체육관을 운영하는 한 지도자는 경기 영상을 본 뒤 “이미 하체가 풀려 있는 상황”이라며 “경기를 포기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사설 구급차가 A 군을 이송하는 과정에도 논란이 있다. 당시 동승했던 복싱협회 관계자는 “상황이 급박한데 신호를 다 지키면서 가길래 ‘서둘러 가자’고 했더니 벌금 이야기를 하며 규정대로 해야 한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학부모 측이 이송 과정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요청했으나 받지 못하고 있다. 학생 학부모 측은 경찰에 사건 제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군 아버지는 지난 8일 대회가 진행 중인 경기장을 찾아 링에 오른 뒤 아들 사고에 대해 항의하며 커터 칼로 자해해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대한복싱협회는 “불행한 사고로 쓰러진 학생 선수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며 “대처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또 대한복싱협회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는 해당 사건을 인지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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