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최근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한국인 근로자들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단속으로 미국 현지에 엿새째 구금된 초유의 사태는, 이들이 10일(현지시간) 전세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하면서 일단락 됐다. 그러나 정부의 미흡한 대응과 뒤늦은 외교적 혼선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산업계 전반의 공분을 사고 있다. 국내외 기업들은 현지 투자 환경 악화로 인한 불확실성을 우려하며, 단순한 사후 수습을 넘어선 근본적 대책 마련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9일 대통령실은 “석방 협의가 진전되고 있다”고 강조했으나, 미 당국은 “추방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정반대의 메시지를 내놓아 혼란을 키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국민 안전과 권익 보호에 있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언급했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정부의 기조 속에 기업과 노동자, 가족들의 상처는 그대로 남았다.
◇산업계 불안 가중, 투자 신뢰 타격
이번 사태는 단순한 외교적 문제를 넘어 산업 전반의 위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번 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의 투자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노동자 체류 안정성 및 법적 보호 장치가 미비하게 드러난 것은 치명적 약점으로 대두됐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들 또한 인력 수급 차질을 크게 우려하고 있으며, 파견 근로자 안전 보장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글로벌 공급망 운영 전략 자체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현지에서 활동하던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특정 국가의 일시적 조치가 아니라 구조적 리스크로 읽혀야 한다”며 “정부가 근본적 제도 정비와 외교적 협상을 병행하지 못한다면 해외 진출을 확대해 온 기업들의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자·법적 체계 정비 ‘뒷북 논란’
정부가 사태 발생 이후 뒤늦게 근로자 비자·체류 체계 정비에 착수한 점 또한 비판의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구금 사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었던 구조적 문제”라며, “해외 진출 기업과 인력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체류 자격 심사와 사전 리스크 관리가 부실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집단 구금 사태와 관련해 사태가 발생한지 나흘 지난 8일에서야 대미 투자기업들을 긴급 소집해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엔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HD현대, 한화솔루션, LS 등 주요 기업들이 대거 참석해 비자 제도 개선을 강하게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을 위한 별도 비자 쿼터 확보가 절실하다. 기업 활동 안정성을 위해서는 재발 방지 대책과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며 비자 제도 개선 필요성 강조했다.
◇‘그룹워킹’ 등 제도 개선 절실
산업계는 현재의 혼선을 조기에 수습하는 것과 동시에 장기적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이번 21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확대 이후 해외 파견 근로자 규모가 대폭 늘어난 상황에서 기업들 사이에선 단발적 위기 대응을 넘어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외교적 결례나 행정적 미비의 수준을 넘어, 한국 경제의 글로벌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라며 “재발 방지 대책 없이는 투자 위축, 공급망 흔들림, 국가 신뢰도 하락이라는 삼중고를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정부 측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양국 간 ‘워킹그룹’ 가동 등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 내 한국 기업 투자가 확대되는 흐름을 고려해 전문 인력 비자 도입 방안을 적극 검토할 전망이다. 그간 우리 정부는 2012년부터 한국인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 비자(E-4) 신설과 함께 최대 연 1만5000개 수준의 쿼터 확보를 추진해 왔으며, 이번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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