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오현규는 ‘시그니처’ 득점을 터뜨린 뒤 자신의 무릎을 가리켜 보였다.
10일 오전 10시 30분(한국시간) 미국 내슈빌의 지오디스 파크에서 A매치 친선경기를 치른 대한민국이 멕시코와 2-2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은 7일 미국전 2-0 승리에 이어 멕시코와 비기면서 9월 원정 A매치를 1승 1무로 마쳤다.
선발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오현규는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경기 주인공이 됐다. 최전방에서 자주 고립됐지만 상대 수비수와 적극적으로 경합하는 스트라이커의 요구사항을 열심히 실천했다. 전반전에 이강인의 절묘한 스루패스를 골로 마무리하지 못한 아쉬움은 후반전 2골에 모두 관여하며 털어냈다. 김문환의 크로스가 오현규 머리 스치고 손흥민의 동점골로 이어졌고, 이어 오현규가 직접 골을 터뜨렸다.
오현규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득점이었다. 이강인의 스루 패스를 받으며 전방으로 질주한 오현규는 슛을 하기 불편한 측면으로 몰렸고, 앞에는 재빨리 다가온 수비수가 견제하고 있었다. 오현규는 간단한 페인팅으로 슛을 날릴 각도를 만든 뒤 재빨리 낮고 빠른 땅볼슛을 날렸다. 반대쪽 골대를 맞히고 들어갈 정도로 정교한 슛이었다.
득점 후 오현규는 왼쪽 무릎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뛰어갔다. 그리고 손을 귀 옆에 갖다 대며 누가 시끄럽게 군다는 듯한 제스처를 했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눈 뒤 어깨를 으쓱하면서 ‘뭐 어쩌라고’라는 제스처까지 마지막으로 보여줬다.
이달 초 무릎 상태에 대한 갑론을박 끝에 빅 리그 진출이 무산됐다는 걸 의식한 세리머니로 보였다. 벨기에 헹크 소속 오현규는 유럽 빅 리그 이적시장이 끝나기 직전인 이달 초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러브콜을 받았다. 슈투트가르트 역대 최고 이적료에 가까운 액수가 제안되면서 이적이 급물살을 탔다. 그런데 초반 제안 금액을 너무 세게 불렀는지, 슈투트가르트가 오현규의 무릎을 문제 삼으며 재협상을 시도했다. 오현규는 고등학교 시절 십자인대 부상을 입은 적 있지만 이후 잘 회복해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후 셀틱, 헹크 이적 과정에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런 정황과 현지 보도를 아울러 볼 때 무릎을 핑계 삼아 이적 조건을 재협상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현규 입장에서는 스트레스가 극심했을 만했다.
이적이 성사될 줄 알고 대표팀 합류도 하루 늦췄던 오현규는 홍명보 호에 합류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골을 넣고 나서 당당하게 보여주려고 아껴뒀던 셈이다.
오현규는 할 말이 있으면 골을 넣는다. 2022년 수원삼성 소속으로 FC서울을 상대한 슈퍼매치에서는 골을 넣은 뒤 푸쉬업 동작을 세리머니로 삼았는데, 이는 앞선 슈퍼매치에서 서울 소속이었던 나상호의 세리머니를 그대로 돌려주는 ‘복수’였다.
이적이 좌절된 상처는 대표팀에서의 주전 경쟁에 도움이 되는 동기부여로 작용한 셈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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