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미국 조지아주 한국 공장에서 체포·구금된 한국인 300여명이 현지시간으로 10일 오후 2시 30분(이하 현지시간, 한국시간 11일 오전 3시 30분) 전세기에 올라 한국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구금된지 6일 만에 풀려나는 것이다.
일단 대규모 구금 사태는 일단락 됐으나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대미투자를 위해서는 비자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미 양국 정부는 비자 문제 해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진출국' 형태로 귀국 예정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HL-GA)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된 이들은 미 현지시간 10일 오후 자진출국 형식으로 애틀랜타 공항에서 전세기에 오를 예정이다.
이들이 이용할 대한항공 전세기는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대형 항공기인 이 여객기는 총 368석을 갖춰 구금된 한국인 300여명이 한 번에 탑승할 수 있다.
다수가 자진출국 형태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미국 이민당국은 지난 4일 조지아주 HL-GA 베터리회사 건설 현장에서 단속을 벌여 한국인 300여명을 포함한 475명을 체포했다.
정부는 재외국민 보호 차원에서 구금된 한국인들이 안전하고 신속하게 풀려나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미측과 협의를 이어왔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7일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구금된 한국인의 비자 종류나 체류 신분 등 개개인 상황과 무관하게 자진출국 형식으로 귀국시키기 위해 미측과 협의를 이어갔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이들이 미국 재입국과 관련해 추가적인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측과 대강 합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모든 것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챙기고 또 챙기고 있다"며 "차질 없이 (절차가) 진행되도록 현장을 계속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李 대통령 "한미 협력해 비자 제도 개선 추진"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석방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 기업인들에게 대대적인 이민 단속을 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와 아울러 이번 기회에 비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유사한 사례가 반복하지 않도록 미국과 합리적 제도 개선을 신속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한미 양국의 동반 발전을 위한 우리 국민과 기업의 활동에 부당한 침해가 가해지는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9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일하러 가신 분들이 쇠사슬에 묶여 구금당한 사태가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정부는 국민이 느낀 공분을 그대로 미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외교적으로 가장 강한 톤으로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외교적인 용어가 아닌 '강력한 항의'를 했다"며 "그런 방식으로 총력 대응하고 있고, 다행히 백악관에서 우리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비자 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10년 이상 정부와 기업체가 총력을 다해 입법 노력을 하고 있는데 (미국 의회에서) 10년 전보다 발의 의원들이 점점 줄고 있다"며 "그만큼 미국의 반이민 정서가 강해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 말한 것을 보면 이 상황을 아주 상세하고 정확히 이해하고 계시다"며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투자가 제대로 될 리가 없지 않느냐. 미국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 삼아 제도 개선을 반드시 해야 한다"며 "우리 대통령실과 백악관에서 필요하면 워킹그룹을 만들든지 해서 단기 해법을 찾아야 하고, 장기적으로 입법도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악관 "외국 기업 비자 문제 해결 위해 국토·상무 공동 대응"
트럼프 행정부도 미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출입국 및 비자 정책 개선에 나선 모습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 대책과 관련한 질문에 "국토안보부와 상무부가 공동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토안보부는 이번 단속을 비롯해 미국 내 출입국과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곳이다. 상무부는 외국 기업의 대미 투자 담당 부처다.
각각 초강경 이민 제한 정책과 무역·관세·투자 협상을 담당하는 두 부처가 머리를 맞댄다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두 기조가 이번 사태로 제도적 모순점을 드러냈다는 인식으로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 소셜에 다시 관련 글을 올렸다.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다고 인지한 셈이다.
특히 "우리는 당신들이 훌륭한 기술적 재능을 지닌 매우 똑똑한 인재를 합법적으로 데려와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길 권장한다. 그리고 우리는 당신이 그렇게 하도록 그것(인재 데려오는 일)을 신속하고,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힌 대목이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더욱 엄격해진 미국의 비자 제한 정책 탓에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전문·기술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결국 이번 사태와 같은 '편법'을 낳을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첨단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한 미국 내 숙련 근로자 부족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게다가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 입장에선 공장을 짓고 생산을 가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HL-GA 공장에서 나타난 것처럼 국내에서 손발을 맞춰 오고 의사소통이 수월한 한국인 근로자를 데려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향후 상무부는 국토안보부에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해 특정 분야의 전문·기술 인력에 예외를 인정하는 비자(E-2 또는 E-3 비자) 발급이나, 전문 직종 외국인을 위한 H-1B 비자의 국가별 쿼터(할당량)를 늘려야 한다는 등의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미 투자 한국 기업들이 지속해 요구해 온 바이기도 하다.
한미경제연구소(KEI)의 아리우스 데어 공보국장은 미 의회가 한국 국적자를 위한 전문직 비자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미 행정부도 이번 HL-GA 공자에서 대거 적발된 출장용 B-1 비자 소지자가 할 수 있는 활동을 확대하는 등 기존 비자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레빗 대변인은 "그(트럼프 대통령)는 이들 기업이 고도로 숙련되고 훈련된 근로자들을 (미국으로) 함께 데려오기를 원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특히 그들이 반도체와 같은 매우 특수한 제품이나 조지아에서처럼 배터리 같은 것을 만들 때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이들 외국 기업이 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 외국 근로자들과 미국인 근로자들이 함께 일하며 서로 훈련하고 가르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현 외교장관, 10일에 美국무 면담…재발방지 협의
조현 외교부 장관은 10일 카운터파트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이번에 자진 출국하는 한국인들이 미국에 다시 들어오려 할 때 입국을 거절당하지 않도록 협조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의 비자 종류나 미국 체류 신분 등이 다양한 상황에서 각자 처한 상황과 무관하게 향후 미국 재방문 시에도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또한 이번 사태의 원인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도 한국의 전문인력이 적법한 비자를 발급받지 못한 것에 있는 만큼 전문직 취업비자인 E-4 신설이나 현지 취업이 가능한 H-1B 비자에 대한 한국인 할당 확보 등의 필요성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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