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박종훈 기자] 금융위원회가 9일 박상진 전 한국산업은행 준법감시인을 산업은행 회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대통령 임명 후 차기 핵심 국책은행 수장으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는 '깜짝 발탁'이란 표현이 어울린다. 산업은행 출범 후 71년 동안 내부출신 수장이 기용되는 것은 처음이다. 특히 정부조직개편으로 금융 당국 안팎이 혼란스런 가운데 발표된 인선이라 더욱 그렇다.
1962년생인 박 내정자는 전주고와 중앙대 법학과를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과 법학과 82학번 동기이며, 당시 고시반에서 함께 공부했던 인연도 세간에 알려져 있다.
박 내정자는 사법고시의 꿈을 접고 1990년 산은에 입행해 기아그룹·대우중공업·대우자동차 태스크포스(TF)팀, 법무실장, 준법감시인 등을 거쳤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는 서부광역철도 부사장을 지냈다.
이러한 경력은 '깜짝 발탁' '코드 인사' 같은 후문을 무색케 한다. 금융위 역시 박 내정자 제청에 대해 "산은에서 약 30년간 재직하며 기업 구조조정과 금융법에 정통한 정책금융 전문가"라며 "산은의 당면 과제인 첨단전략산업 지원 등 정책금융 업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3년 임기를 마치고 지난 6월 5일 퇴임한 전임자 강석훈 회장의 재임 시기는 공과를 떠나 산은 안팎이 혼란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었던 본점 부산 이전 이슈를 둘러싸고 내외갈등이 증폭됐다. 강 전 회장의 경우 취임 첫 출근길부터 부산 이전을 가로막는 노동조합과 직원들을 타넘어야 했다.
그렇다고 산업은행 본연의 책무를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나 국적 항공사의 통합 등은 기업구조조정 분야에 있어서 산은의 역량을 보여준 성과다. AI와 반도체 등 첨단전력산업 육성의 로드맵을 그리는 역할도 수행했다.
강석훈 전 회장 퇴임 이후 수석부행장 직무대행으로 이어가던 조직이 이제 새 선장을 맞는다. 국책은행 양대 축인 기업은행(은행장 김성태, 임기 만료 2026년 1월)을 필두로 신용보증기금(이사장 최원목, 임기 만료 2025년 8월), 예금보험공사(사장 유재훈, 임기 만료 2025년 11월) 등 금융공공기관의 수장들의 물갈이가 예정된 가운데, 시급한 현안과 과제를 이끌어갈 산업은행 수장 기용은 서둘러야 마땅했다.
우선 산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박 내정자는 석유화학 업종의 지속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철강, 이차전지 등 제조업 부문의 과제도 임기 중 챙겨야 할 부분이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보자면 이미 한번 고배를 마신 HMM 민영화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또한 산업은행 내부의 아픈 손가락인 KDB생명 매각 역시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로 산업은행은 최대 국적 선사인 HMM의 지분 36.02%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과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현재는 포스코그룹 등이 인수에 시동을 걸고 있다.
50조원 규모 첨단전략산업기금의 운용 역시 산은에게 떨어진 막중한 책무다. 이에 대해 박 내정자는 언론 등을 통해 "취임 후 AI 등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키워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AI와 반도체를 비롯해 바이오, 방산, 로봇 등의 산업과 관련 기업이 기금의 지원 대상에 속한다.
산은 조직 내부의 이슈로는 역시 본점의 부산 이전 추진으로 갈등을 빚었던 구성원들의 화학적 융합을 꾀하는 일이 손꼽힌다. 대선 기간 중 후보자로 부산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어렵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밝힌 바 있다.
이전 문제가 일단락지어졌다 해도 산업은행은 기존 구성원들의 인사적체와 이로 인한 세대간 갈등을 비롯해 내부 조직적 이슈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라 핵심 산업의 미래성장동력만이 아니라 산은 조직의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혜안이 박 내정자에게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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