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국내에 정식 출시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미국 릴리사의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벌써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대형 병원과 일부 약국에 공급이 집중되면서 일반 소비자나 중소 병·의원, 동네 약국에서는 처방조차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릴리사의 주사제가 다이어트 목적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오남용과 관련한 부작용 우려, 급여제도 미비로 인한 가격 왜곡, 온라인상 허위 정보 노출 등 복합적인 문제점이 함께 불거지고 있다.
9일 복수의 약국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요 대학병원 인근 약국 중에서도 마운자로를 공급받은 곳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5mg 고용량 제품은 물론 저용량(2.5mg) 제품도 수급이 불안정한 실정이다.
한 대학병원 인근 약국 약사는 "8월 말 출시 이후 지금까지 2.5mg 제품을 겨우 한 박스 받았다"며 "5mg은 유통사 측에서도 입고일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마운자로는 전국적으로 공급 자체가 제한돼 있고, 유통 업체들은 수량 부족을 이유로 대형 의료기관과 약국 위주로 선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도·미국 등 글로벌 수요처에 우선 공급되다 보니 한국에는 물량이 많지 않다"며 "효율적인 유통을 위해 대형 병원 위주로 배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공급난에도 불구하고 마운자로의 시장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경쟁사인 노보노디스크는 마운자로 출시 직후 자사 제품 위고비(성분: 세마글루타이드)의 가격을 20만 원대 중반으로 최대 42% 인하했지만, 마운자로는 여전히 약 33만 원대의 고가임에도 처방 요청이 폭주하고 있다.
이는 마운자로의 높은 체중 감량 효과에 기인한다. 글로벌 임상 결과에 따르면 마운자로는 고용량 투약 시 평균 체중 감소율이 20.2%로, 위고비의 13.7%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효과만 보고 무조건 찾는 소비자 행동'은 부작용 가능성을 간과한 위험한 접근이라고 경고한다.
실제로 GLP-1 계열 주사제는 BMI 30 이상의 비만 환자 또는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고지혈증 등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 한해 처방 가능한 전문의약품이다.
그러나 현재는 키와 몸무게만 입력하면 비대면 진료 앱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처방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를 악용해 허위 BMI 정보를 입력하거나, '비만약 성지'라 불리는 병의원을 찾아 무분별하게 약을 처방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 의료계 전문가는 "진단 검사도 없이 숫자만 입력해 약을 받는 구조는 명백히 문제"라며 "오남용이 늘수록 약에 대한 신뢰와 치료 효과가 동시에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마운자로가 비만 치료가 아닌 '미용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비만학회와 의료계는 이미 위고비 출시 초기부터 오남용 문제를 지적해왔다.
GLP-1 계열 약물은 비교적 안전한 축에 속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오심, 구토, 설사 등 위장관 이상반응은 물론, 체액 손실, 급성 췌장염, 저혈당, 담석증 등 중증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다.
특히 정상체중 또는 저체중인 사람이 약을 사용할 경우, 동일한 용량이라도 체내 약물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져 부작용 리스크는 더 커진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 치료제는 '날씬해지는 주사'가 아니다"며 "심각한 부작용이나 의존성 위험도 있어 의사 처방과 정밀 진단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위고비의 청소년 투약 적응증이 국내에서 허가될 경우, 10대 여성을 중심으로 한 체중 강박과 남용 우려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처럼 비급여 시장에 맡겨진 비만 치료제를 건강보험 체계로 일부 편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배우경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 치료제가 현재 비급여 시장에 머물러 있다 보니 관리가 어렵다"며 "급여 체계에 편입되면 당국의 감독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비만 치료제는 장기 복용 시 근육 손실 및 요요 현상 등의 리스크도 존재하기 때문에, 반드시 식이조절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은 위고비와 마운자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신약 열풍'이 반복되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배 교수는 "삭센다도 한때 열풍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와 한계가 드러나며 자연스럽게 수요가 조정됐다"며 "마운자로 역시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흐름을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