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퀵커머스(즉시 배송) 전쟁’에 돌입했다. 편의점, 대형마트, 이커머스까지 직접 자체 서비스를 내놓거나 배달앱(애플리케이션)과 손잡고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과 배달 플랫폼의 즉시 배달이 일상이 된 시대. 느린 채널은 외면받는다는 위기감이 배경으로 꼽힌다.
|
10일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007070)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과 GS더프레시는 최근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 주요 배달앱 3사와 즉시 배송 제휴를 맺었다. 간편식부터 신선식품까지 2만여종의 상품이 대상이다. 편의점 가운데 세 플랫폼에 모두 입점한 것은 GS25가 처음이다. GS리테일은 “소비자가 어떤 앱이던 GS25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달앱 이용 비중이 높은 2030 세대가 핵심 고객층인 만큼 빠른 배송 경쟁력이 곧 시장 점유율로 직결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경쟁 편의점도 속속 대응 중이다. CU는 2019년 요기요 입점을 시작으로 배민, 배달특급, 해피오더 등 10여 개 외부 플랫폼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혀왔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도 자체 앱과 배민·요기요를 통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CU와 세븐일레븐은 쿠팡이츠와의 제휴도 검토 중이다.
대형마트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이마트는 지난해 11월부터 배달의민족(배민)과 손잡고 즉시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빠른 배송’을 핵심 유통 전략으로 공식화했다. 홈플러스도 지난 4월부터 배민과 제휴해 퀵커머스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현재 41개 지점까지 확대했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은 즉시 배송 서비스 ‘바로퀵’을 이달부터 개시했다. 이마트 점포를 거점으로 반경 3㎞ 이내 지역에 배달대행사의 이륜차를 활용해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방식이다. 마켓컬리도 지난해 ‘컬리나우’를 도입해 서울 서북권에서 시작해 강남 도곡까지 1시간 이내 배송 가능 지역을 넓히고 있다. 다이소 역시 올해 일부 지역에 ‘오늘배송’을 시범 도입했고, CJ올리브영의 즉시 배송 서비스 ‘오늘드림’을 찾는 소비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업계가 즉시 배송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비대면 쇼핑의 일상화가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 중심의 소비가 확산하면서, 배송 속도는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여기에 1~2인 가구의 증가와 집밥 선호 트렌드까지 더해지며, 관련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국내 퀵커머스 시장 규모가 2025년 4조 4000억원에서 2030년 5조 9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즉시 배송은 국내 이커머스 1위 쿠팡의 ‘약한 고리’로 꼽히기도 한다. 로켓배송이 빠르다고는 해도 당일·새벽 단위에 머무는 만큼, 즉시 배송이 경쟁력을 갖추면 로켓보다 빠른 속도를 무기로 쿠팡의 수요를 잠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 상품은 어렵더라도 생필품이나 신선식품 등 회전율이 높은 품목에서는 충분히 경쟁 우위를 노릴 수 있다. 이마트와 배민이 즉시 배송 협업을 강화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쿠팡이 쿠팡이츠의 외연을 즉시 배송으로 확장하려는 이유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즉시 배송은 당장 큰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아직까지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성격이 강하다. 제품 구성이 소량·저가 위주라 객단가가 낮은 데다, 배달비와 포장비, 플랫폼 수수료 등을 더하면 실질적 마진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 이마트는 2023년 자체 퀵커머스 서비스 ‘쓱고우’를 선보였지만, 약 1년 만에 중단했다. 롯데마트 역시 빠른 배송보다는 특정 시간대에 맞춰 배송하는 방식에 집중하며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즉시 배송 인프라가 미비해 유통업체들이 뛰어들기 어려웠지만, 배달 플랫폼들이 자리를 잡고 라이더 시스템이 안정되면서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진 측면이 있다”며 “이제는 단순 플랫폼과 손잡는 수준을 넘어, 유통사들도 자사 모델을 빠르게 구축해 플랫폼 종속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