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재형 기자] 국내 프랜차이즈, 이커머스 등을 노리는 외국 기업·자본이 유통산업 전반을 흔들고 있다. 해외 기업의 지분 확보 및 인수가 이어지면서 토종 브랜드들의 주도권 상실에 대한 불안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9일 산업통사자원부 ‘외국인직접투자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345억7000만달러(한화 약 48조453억8600만원)로, 이는 전년 327억1900만달러(약 45조4663억원)보다 5.7%가량 증가한 수치다.
외국인 투자 증가는 단기적으로 산업 경쟁력 강화로 비칠 수 있지만, 유통·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이뤄진 자본 유입이 토종 기업의 경영권 위협과 산업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프랜차이즈와 온라인 플랫폼 등이 연달아 인수합병(M&A) 대상에 오르면서 해외 자본이 확보한 지분은 곧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진다.
업계에서는 가맹점 네트워크가 넓은 외식 브랜드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이커머스 분야가 주요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표면적으로는 산업 경쟁력 강화 등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만 오히려 국내 기업의 자생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해외 자본은 국내에서 거둔 수익을 재투자하기보다 단기 회수, 본국 투자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아 국내 산업의 성장세가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유통업은 고정비와 인건비 부담이 크게 작용해 해외 자본의 가격 공세와 운송능력을 추격하기 힘든 부분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국내 기업들의 자리가 좁아질수록 지역 상권과 협력업체로 여파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국내 이커머스 산업은 해외 투자처로부터 매력적인 시장으로 지목되는 등 글로벌 자본의 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분야다. 여기에 저가 공세와 물류망 확충을 등에 업은 외국계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가 이어지면 국내 사업자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거래 조건 강화, 수수료 인상 등 부작용도 야기할 수 있다. 이는 곧 국내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해외 자본이 국내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위험은 ‘엑시트 전략’ 가능성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해외시장은 자국 시장보다 기업 책임감에 대한 중요성이 낮은 것을 이유로 일정 수준 차익 실현을 노리고 재매각에 나설 경우 지속적인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업계 안팎에선 외국계 자본 유입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로 인해 제도적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외국 기업의 인수·합병 시도 시 심사 과정에서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철저히 검토하고, 국내에서 발생한 이익이 다시 투자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골자다. 기업 차원에서도 가격 경쟁에만 치중하기보다 품질 관리와 혁신 역량 강화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우리 유통산업에는 알리익스프레스, 졸리비 등 글로벌 기업들의 잇따른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초저가 상품과 대규모 물류망을 앞세워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프랜차이즈 산업도 마찬가지로 해외기업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투자 확대가 아니라 시장 주도권의 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지고 산업 경쟁이 활발해질 수 있지만, 국내 기업의 자생력이 약화되고 산업 기반이 해외 자본에 종속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허정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시장 주도권 싸움에서 우리 기업이 밀려날 경우 발생할 생존 경쟁은 유통망 과부화에서 시장 내 퇴출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며 “해외 기업이 사모펀드와 비슷하게 ‘엑시트 전략’만을 고수할 경우 산업 정체기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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