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이재명정부가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확정한 가운데,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시민사회 진영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2035 NDC) 설정 등 굵직한 사안이 다가오는 가운데,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제 역할을 하려면 거버넌스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기후환경 시민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나오는 모습이다. 이재명정부가 이전 윤석열정부와 비교해 기후에너지 분야에 더 진전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구체적 각론에서는 조금씩 균열이 커져가는 상황이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를 거쳐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개편으로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부서를 합쳐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이 결정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환경·기후변화 및 에너지 등 탄소중립과 관련된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 또, 재원운영 일원화를 위해 기획재정부로부터 기후대응기금과 녹색기후기금도 이관받는다. 다만 자원산업과 원전수출 기능 등은 기존 산업부(개편시 산업통상부)에 존치된다.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역시 기후위기대응위원회로 개편된다.
이에 따라 정부의 산업 정책과 에너지 정책은 32년 만에 분리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차관 체제로 운용될 것으로 전망되며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초대 장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과거 환경부보다 규모와 예산이 더 확충되면서 보다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기존 에너지 정책은 고도성장 시기에 적정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경제성과 안정성을 갖췄지만 앞으로는 환경성도 갖춰야 한다”라며 “과거의 성공에 매몰되지 않고 변화해야 하는 시기”라고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의 배경을 설명했다.
안 교수는 “환경부가 산업 지원은 잘 모를 것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환경관련 산업에 대해 노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라며 “에너지산업 자체가 장치산업이고 네트워크산업이기에 규제에 기반한 산업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 등 새로운 에너지산업을 진흥하려면 기후변화 분야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라며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에 기대를 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기후환경 분야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은 분위기다. 녹색연합은 8일 성명을 통해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안은 탄소중립을 명분삼아 에너지산업 육성부서를 만들어 환경규제를 완화시키겠다는 그림과 다름없다”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녹색연합은 “기후에너지부 신설 필요성이 제기된 이유는 부처 간 발생하는 정책 충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발표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산업통상부에 석유, 석탄, 가스, 광물과 같은 자원과 원전 수출을 그대로 두어 에너지 정책을 이원화시키고 있다”면서 “이는 신설될 부처가 기후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부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환경부의 고유 업무와 권한이 제 기능을 다 할지도 의문”이라며 “기후와 에너지를 총괄 조정하는 부처가 필요하다면 지금과 같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히려 해가 된다”라고 질타했다.
녹색전환연구소도 8일 논평에서 “애초 약속했던 기후에너지부 신설 공약과 비교할 때 한 발 후퇴한 개편이라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고 전했다. 화석연료 정책과 재생에너지 정책이 갈라지면서 기후대응을 위한 전략적인 에너지정책을 추진하기 더 어려워진 구조가 됐다는 비판이다.
녹색전환연구소는 “환경부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기존 부처의 관성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라며 “규제 중심의 조직 문화 속에서 기후에너지 전환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어 “부처 개편만으로는 기후대응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과 전문가가 직접 참여하는 기후시민의회 신설, 기후전문가위원회 구성 등 이행체계 전반 역시 바뀌어야 한다”면서 “부처 기능 조정에는 우려가 크지만 재정 운용 일원화 결정은 긍정적 신호다. 이러한 긍정적 요소가 빛을 발하려면 기후 거버넌스의 큰 그림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처음부터 환경부와 산업부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환경부에서는 기후 파트를, 산업부에서는 에너지 파트를 떼어내 제3의 부처를 만들었어야 했다”라며 “지금처럼 조직개편이 되면 환경부 고유의 규제 업무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부처 이름은 에너지가 들어갔지만 다수의 에너지가 산업부에 남아 사실상 기후전력부가 된 모양새가 됐다”고 아쉬워했다.
이 정책위원은 “이재명정부가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에 의지를 보인 점에 대해서는 당연히 공감한다”면서도 “제3의 부처를 신설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라고 짚었다. 그는 “2035 NDC(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도 11월까지 확정해서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논의를 해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하고 있다”라며 거버넌스 강화에 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오는 11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30)에 2035 NDC 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에 정부는 8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에 2035 NDC와 관련해 4개의 논의안을 제시했다. 만약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전망대로 10월까지 설치된다면 2035 NDC를 설정하는 주무부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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