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서울회생법원이 결국 위메프의 기업회생절차를 공식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9일 서울회생법원 회생3부는 위메프에 대해 회생계획 인가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회생절차를 폐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위메프는 사실상 법적 파산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기업의 존속 가치를 근거로 회생을 결정하는 '법정관리'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디지털 커머스 업계에서 수년간 반복돼 온 승자독식의 구조 속 중견 플랫폼의 몰락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로 평가된다.
기업회생절차는 일반적으로 기업이 청산될 경우의 자산 가치(청산가치)보다 회생을 통해 유지할 경우의 가치(존속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될 때 법원이 개입해 구조조정 기회를 주는 제도다. 그러나 위메프는 회생계획 인가 전까지 인수자 확보 및 정상화 방안 마련에 실패했고, 이에 따라 법원은 "현 시점에서는 회생계획을 인가할 수 없으며, 추가적인 회생 절차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회생계획안 제출과 채권자 동의율 확보 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회생 절차 도중 실질적인 영업 회복이나 투자 유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는 14일 이내 가능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위메프 측이 추가 법적 대응을 이어가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회생절차 폐지 이후 재도 신청은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사정 변경이나 신규 인수의사가 입증되지 않는 한 인용 가능성은 극히 낮다.
같은 시기 회생절차에 돌입했던 티몬은 상황이 달랐다. 티몬은 회생 과정에서 새벽배송 전문 기업 오아시스마켓과의 M&A를 성사시키며, 지난 8월 말 회생절차를 종결하고 정상 경영 체제로 복귀한 바 있다.
반면 위메프는 다수의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를 접촉했으나 실질적인 조건을 충족하는 인수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2023년 7월 발생한 미정산·미환불 사태 이후, 위메프의 브랜드 신뢰도는 급격히 하락했고 이는 투자 유치 실패로 직결됐다.
전자상거래 업계 한 관계자는 "위메프는 단기 자금 운용 실패와 경영 리스크가 겹치면서 '하루가 다르게 추락'하는 상황이었다"며 "티몬처럼 핵심 경쟁력을 남기고 매각에 나섰어야 했지만 판단이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회생절차 폐지는 단지 기업의 퇴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위메프에 서비스를 제공했던 수많은 채권자, 입점업체, 물류 협력사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특히 중소 판매자들의 경우 이미 수 개월에 걸쳐 미정산 피해를 입은 데다 회생절차 폐지에 따른 파산 진행 시 실질적인 변제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기업 파산 시에는 법원이 파산관재인을 선임하고, 회사 자산을 환가(매각)해 우선순위에 따라 채권자에게 분배하는 방식이지만 전자상거래 기업 특성상 유형 자산보다 무형 자산이 많아 현금화 가능한 자산 자체가 부족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위메프의 법정관리 실패는 단순한 한 기업의 몰락을 넘어 국내 이커머스 산업의 구조적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쿠팡, SSG닷컴, 네이버 쇼핑 등 자본력과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빅 플랫폼'들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중견 플랫폼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지속적인 할인 경쟁, 마케팅 비용 부담, 물류 고정비용은 자체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지 못한 플랫폼에게는 치명적이다. 위메프 역시 이른바 '990원 마케팅'과 같은 공격적 가격 전략으로 한때 주목받았지만 실속 없는 시장 점유율만 남기고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제 위메프가 갈 수 있는 길은 법적 정리 절차뿐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거나, 항고가 기각될 경우 위메프는 법원에 의해 파산 선고를 받게 되며 파산관재인이 지정된다. 이후 채권 신고 및 회수, 잔여 자산 정리 등이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위메프는 현재까지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최소 인력만 유지한 채 사무 정리 수순에 돌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위메프의 사례는 기업 구조조정에 있어 "회생신청 자체보다 중요한 건 타이밍과 실행력"이라는 점을 다시금 부각시킨다. 회생 절차에 들어간다고 해서 기업의 정상화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현실적인 계획을 갖고 실행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위메프는 분명 한 시대를 대표했던 스타트업이었다. 그러나 시장 변화와 경영 판단의 타이밍을 놓친 대가는 혹독했다.
이번 결정은 업계 전반에도 강한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쿠팡 중심의 이커머스 재편 속에서 유사한 구조를 가진 중견 플랫폼들 역시 생존 전략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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