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이재명정부의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기조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진 해외 부동산 펀드와 관련해 우리은행은 판매사 중 유일하게 피해 보상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데다 금융당국이 장려하고 있는 자율배상 제도와 관련해서도 실적이 전무한 탓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윤석열정부 시절 발탁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경영 기조와 이재명정부 정책 기조 간에 불협화음으로 인한 우리금융의 불이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누구의 의중인가" 벨기에 펀드 불완전판매 보상, 자율배상 실적 모두 우리은행만 '제로'
2019년 6월 한국투자증권 자회사인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만든 벨기에 부동산 펀드는 벨기에 브뤼셀 소재 투아송도르 빌딩의 장기 임차권에 투자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코로나19와 유럽 금리 인상 등으로 건물 가치가 급락하면서 선순위 대출 만기 도래 후에도 대출금 상환이 불가능해졌고 결국 기한이익상실(EOD) 사태가 발생했다. 선순위 대출 기관인 영국 생명보험사 로쎄이(Rothesay)가 담보 자산을 당초 매입가인 2100억원에서 약 900억원 수준에 매각하면서 후순위 투자자였던 개인 고객들은 사실상 전액 손실을 입게 됐다.
투자자들은 해당 펀드 판매 과정에서 안정적인 유럽 부동산 투자 상품으로만 소개됐을 뿐 선·후순위 대출 구조나 투자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판매사의 불완전 판매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판매 과정에서 일부 불완전판매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자체적으로 보상 철차에 착수했다. 또 다른 판매사인 KB국민은행도 불완전판매 여부를 조사와 동시에 은행의 책임과 투자자의 과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보상안을 내놨다. 현재 KB국민은행은 투자자들 간의 보상 수위를 따져 원금의 40~80% 수준의 자율보상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우리은행은 다른 두 곳의 판매사와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어떠한 보상계획도 내놓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에서 해당 상품을 가입한 소비자들은 올해 초부터 우리은행 측과 불완전판매 관련 보상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속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협의에 직접 참여한 A씨는 "우리은행 측은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 구체적인 보상 절차나 비율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는 상태다"며 "같은 상품을 함께 판매한 다른 회사들과 달리 우리은행만 이렇게 버티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고 성토의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은행은 벨기에펀드 뿐만 아니라 지난 5월 손실이 확정된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04호(이하 스페인 펀드)'와 관련해서도 불완전 판매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르데스크가 입수한 녹취 자료에 따르면 스페인 펀드를 판매한 우리은행 직원은 해당 펀드를 판매할 당시 원금 손실과 직결된 핵심 정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 심지어 해당 상품을 판매했던 은행직원 조차 스스로 펀드의 후순위·선순위 존재와 투자자의 결정권 여부를 몰랐다고 시인했다.
판매자조차 몰랐는데 고객에게 상품과 관련한 제대로 된 설명을 했을 리 만무하다는 게 가입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벨기에펀드와 마찬가지로 스페인펀드 역시 해당 상품을 판매한 다른 기업은 발 빠르게 보상 절차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펀드를 판매한 국내 금융사는 우리은행과 한국투자증권 2곳이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은 스페인펀드의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내용을 확인한 후 보상 비율을 결정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은행은 금감원이 강조해 온 보이스피싱 피해 배상 문제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1월 1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자율배상 실적이 전무했다. 해당 기간 동안 우리은행은 총 16건의 배상 신청을 받았으나 배상을 모두 거부했다. 배상률 역시 0%였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은 26건 중 5건에 대해 배상을 진행해 19.2%의 자율배상 비율을 보였다. 신한은행 역시 48건 중 7건을 배상해 14.6%의 배상률을 기록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금융 피해와 관련한 우리은행의 미온적인 태도에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현 정부가 금융약자 배려 등 상생금융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음에도 우리은행만 유독 엇박자를 보이는 데 대해 전임 정부 시절 발탁된 임종룡 회장과 현 정부 간에 불협화음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소비자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금융사는 신뢰 회복을 위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보상 방안 마련과 투명한 소통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 있는 보상은 선택이 아닌 의무로 소비자보호는 금융회사의 기본 책무인데 이 기본이 무너진다면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금융소비자 피해 보상에 있어 우리은행의 소극적인 태도는 금융 소비자에 대한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회사 내부적으로 조속한 개선이 필요해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련의 사안과 관련, 우리은행(금융)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어떠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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