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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경기 광명경찰서는 미성년자 약취 미수 혐의로 10대 남학생 A군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군은 지난 8일 오후 4시 20분께 광명시 한 아파트에서 8세 여아 B양의 입을 막고 끌고 가려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B양이 크게 울자 달아났고, 경찰은 아파트 CCTV를 확인해 같은 날 오후 9시 45분 자택에 있던 A군을 검거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 초등학교 인근에서도 20대 남성 3명이 학생들에게 “귀엽다,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접근해 유인을 시도했으나, 학생들이 모두 자리를 벗어나 범행은 미수에 그친 바 있다.
이 같은 사건이 반복되면서 미성년자를 유괴할 경우 적용되는 미성년자 약취·유인 미수죄가 어떤 경우에 성립하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형법 제287조는 미성년자를 데려가거나 꾀어낸 경우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미수에 그쳐도 5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약취’는 폭행이나 협박으로 아이를 강제로 데려가는 경우, ‘유인’은 거짓말이나 유혹으로 아이를 따라오게 하는 경우를 뜻한다.
법원 판례를 보면 단순 언행만으로는 무죄가 선고되는 사례가 있었다. 2023년 1월 20일 서울동부지법 형사7단독 박소연 판사는 편의점 앞에서 혼자 라면을 먹던 12세 여학생에게 “사고 싶은 걸 사주겠다, 집에 같이 가자”고 말한 남성 C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박 판사는 피해 학생이 C씨 제안을 거절했고, 집주소가 알려질 것을 두려워한 학생이 놀이터로 가겠다고 하자 C씨가 “그럼 놀이터에 데려다주겠다”고 말한 점, 성범죄 전력이 없고 신체 접촉도 없었던 점 등을 들어 범행 의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피해자가 거절했음에도 반복적으로 권유하거나 형사처벌 전력이 있는 경우에는 유죄가 인정됐다. 2017년 7월 서울 영등포구 한 식당 앞 테이블에서 혼자 놀고 있던 5세 아동에게 다가간 D씨는 “우리 집에 가자, 장난감도 많고 맛있는 것도 많다”는 말을 두 차례 반복했다. D씨는 아동이 ‘싫다’고 거절했음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양손을 잡고 춤을 췄다. 이후 맞은편 편의점으로 가면서 커피를 사러 가겠다고 하자 아동이 뒤따랐고, 원하는 간식까지 사줬다. 그러나 편의점에서 나오다 아동의 아버지에게 발각돼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D씨는 재판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피해자가 예뻐 보여 간식을 사준 것일 뿐”이라며 “아동을 유괴하려 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 허미숙 판사는 같은 해 11월 29일 D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당시 법원은 피해 아동이 아버지를 보자 울면서 ‘저 아저씨가 괴롭히고 집에 못 가게 한다’고 말했다며 피해 아동 아버지가 진술한 점, 피해 아동 아버지가 항의하자 D씨가 욕설을 한 점 등을 종합해 범행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D씨에게 강제추행, 보복범죄 등 형사처벌 전력이 있던 점도 양형에 고려됐다.
차량을 이용해 음주 상태에서 접근한 사례도 있다. 2017년 울산지법 형사5단독 안재훈 판사는 13세 학생 2명과 14세 학생 1명에게 “키워 줄테니 차에 타라”고 말하며 운전한 채로 약 1km를 따라간 E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당시 E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17%로, 현행 도로교통법상 면허 취소 수치(0.08%)를 훌쩍 넘겼다. 법원은 아동들을 상대로 위험한 행위를 한 점과 음주 상태였던 점을 들어 E씨의 혐의를 유죄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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