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대상으로 미국산 제조 장비 반출을 연 단위로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한국 정부에 중국 내 한국 반도체 공장에 대해 매년 장비 수출 물량을 승인하는 방식의 제도를 제안했다. 기존처럼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명단에 올려 예외적 지위를 부여하는 대신 매년 별도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방향이다.
VEU는 일정한 보안 조건을 충족하면 미국산 장비를 기간 제한 없이 공급받을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을 VEU 명단에서 제외해 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진 바 있다.
새 제도가 도입되면 두 회사는 중국 공장 운영에 필요한 장비를 계속 들여올 수 있지만, 매년 승인을 받아야 해 행정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개월간 발생할 수 있는 장비 고장과 수리에 대비해 부품을 미리 예측·신청해야 하는 어려움이 뒤따른다.
미국 정부는 장비 반출을 허용하더라도 중국 내 생산라인의 확장이나 기술 업그레이드에 사용할 수 있는 장비 수출은 금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고도화를 제약하려는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가 일부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근본적인 완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신중론이 교차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중국 수출길이 막힌 미국 장비업체들의 불만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며 “연간 허가를 받게 되면 한국 기업으로서는 일정 부분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관련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으며 SK하이닉스 역시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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