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한국농아인협회와 '기내 수어 서비스' 공동 개발

제주항공-한국농아인협, 기내 수어 서비스 공동 개발 [사진=제주항공]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제주항공이 청각장애인 및 농아인의 항공 여정 접근성 강화를 위해 (사)한국농아인협회와 손잡고 '기내 수어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 양 기관은 최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제주항공 서울지사에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교통약자를 위한 정보 접근성과 안전 편의 확대를 위한 협력 체계를 본격 가동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장애인의 항공 이용에 있어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정보 소외' 문제를 해소하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항공사의 안전 안내 및 서비스 절차 대부분이 음성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청각장애인 승객들은 위기 상황이나 서비스 이용에서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항공 서비스가 빠르게 디지털화되면서 정보 접근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제주항공과 한국농아인협회는 이번 협약을 통해 △기내 수어 서비스 제공을 위한 자문 및 기술 협력 △수어 기반 콘텐츠 공동 개발 △객실승무원 대상 수어 교육 확대 △수어 인식 개선을 위한 공동 홍보 캠페인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기내 수어 서비스는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항공안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중요한 과제"라며 "이번 협력은 항공 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와 배리어프리 서비스 확장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제주항공은 지난해부터 내부적으로 관련 역량을 키워왔다. 2023년 3월부터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인 '모두락'의 수어통역 담당자가 제주항공 재능기부 봉사단 소속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매월 1회 수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 7월부터는 한국농아인협회 소속 강사의 정규 수어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기내 수어 서비스의 첫 단계로는 승무원들이 간단한 수어 인사말, 비상시 대피 안내 등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익히는 것이 포함된다. 제주항공은 올해부터 신규 입사한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수어 교육을 필수 과정에 포함시켰으며, 향후 수어 안내 영상 및 매뉴얼 제작도 추진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 중 청각장애인을 위한 기내 수어 안내 서비스를 공식 도입한 사례는 아직 없다. 제주항공이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항공업계 내 접근성 기준을 선도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농아인협회 관계자는 "장애인의 이동권은 단순한 물리적 접근을 넘어서, 정보 접근권까지 포함돼야 한다"며 "수어 기반의 항공 서비스가 확산되면 농아인들의 일상 속 제약이 점차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제주항공은 이번 업무협약을 일회성 협력이 아닌 지속 가능한 사회적 연대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연내 수어 안내 콘텐츠 시범 적용을 목표로 양 기관과 실무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향후 한국공항공사 등 항공 인프라 운영 기관과의 협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서비스 분야에서 장애인 접근성 문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사각지대였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사회적 가치 창출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되면서, 이동권과 정보 접근권 보장을 위한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수어 서비스는 시각자료와 함께 제공될 경우 응급 상황에서의 안전 대응력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항공안전 규정 개선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배리어프리는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모두가 안심하고 이동할 수 있는 기본적 인프라를 만드는 일"이라며 "기내 수어 서비스 도입이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항공과 한국농아인협회는 오는 10월부터 일반 이용객을 대상으로 수어 서비스 관련 인식 개선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수어 안내물 배포, 청각장애인 여행 후기 공유, 농인의 항공 이용 실태조사 결과 공개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