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세계인이 열광하는 'K-푸드'는 어떻게 한국음식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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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세계인이 열광하는 'K-푸드'는 어떻게 한국음식이 됐을까?

독서신문 2025-09-09 13:58:4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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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가 세계인의 식탁을 점령했다’는 사실은 이제 새로운 뉴스도 아니다. 전세계의 유명 유튜버들 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앞 다투어 한국 라면 리뷰 영상을 올리고,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밥을 사재기하지 말라는 호소문이 올라오는 건 일상이 되었다. 이미 2021년에는 ‘먹방(mukbang)’과 ‘치맥(chimaek)’이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되기까지 했으니, 우리 음식의 고유한 맛과 향이 세계인들의 입맛을 확실하게 사로잡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들은 어떤 경로를 거쳐 ‘한국 음식’이 된 걸까? 잡채, 돈까스, 짜장면 등...

잔칫상의 단골메뉴 잡채는 조선 시대부터 만들어 먹던 음식이지만, 당시에는 당면을 넣지 않았다. 채소, 버섯, 고기, 해산물 등 온갖 재료를 모아 넣고 양념해 볶은 요리였다. 그러다 19세기 말 당면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잡채의 운명이 뒤바뀐다. 6·25전쟁 이후 가난하던 시절, 저렴한 당면 잡채를 넉넉히 만들어 나눠 먹으면서부터 당면은 잡채에서 빠뜨릴 수 없는 재료가 되었다. 이제는 심지어 당면 없는 만두나 순대를 떠올리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이처럼 음식은 늘 그것을 먹는 사람들의 삶과 긴밀히 맞닿아 있으며, 나아가 그 자체로 문화가 된다. 다양한 재료와 음식이 국경을 넘나들며 현지의 전통과 만나 새로운 유행을 꽃피운 것이다.

대중들이 돈가스를 알게 된 것은 일본을 통해서였습니다. 일본은 원래 7세기 덴무 천황 때부터 육식이 금지됐어요. 농사가 나라 경제의 기반이었기에 농사에 쓰이는 소를 잡지 못하게 하는 조치였죠. 이 당시 일본은 불교 국가여서 살생을 엄격히 금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사정이 바뀌었습니다. 당시 일본인들은 서양인들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 까닭이 커다란 덩치 때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체격의 차이는 물론 식문화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고요. 그때까지 일본인들의 주식은 생선과 채소였는데, 서양인처럼 체구를 크게 키우자며 나라에서 육식을 장려하기 시작한 겁니다. 마침내 1872년 육식 금지령이 폐지됐어요. 무려 1,200여 년 만의 일이었습니다_(18~19쪽)

짜장면은 1950년대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논농사를 지으며 쌀을 주식으로 삼아 왔다 보니, 밀가루 음식이 한국인의 식탁에 오를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밀을 대량 재배하기 위해서는 넓고 건조한 평야가 필요한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조건을 갖춘 경작지가 상대적으로 드물었던 탓이에요. 조선 시대에는 밀 가격도 아주 비싸서 부유층이 중국으로부터 소량 수입해서 먹는 정도였죠_(52~53쪽)

음식이 하나의 어엿한 문화이자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 나가는 생활의 기술이 된 지금, 우리는 날마다 먹는 음식들을 과연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잡채에는 원래 ‘이것’이 없었다는 사실을, 돈가스와 짜장면 같은 외래 음식이 문화 접변을 거쳐 어엿한 ‘한국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 과정을 말이다.

이 책은 ‘글 쓰는 셰프’ 박찬일이 정성껏 차린 18가지 음식의 재미있는 사연을 담고 있다. 박찬일이 골라 담은 메뉴들은 하나같이 우리 입맛을 사로잡은, ‘한국인의 소울 푸드’들이다. 맛과 향이 진하게 배인 저자의 글은 음식을 단순한 영양 섭취 수단이 아닌, 전통과 유행을 가로지르는 맛깔나는 문화 이야기로 맛보게끔 한다.

■ 『맛에 진심이라면, 교양 한 그릇』,

박찬일 지음 | 북트리거 펴냄 | 232쪽 | 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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