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기업들이 급하게 코스닥 상장 유지 요건 맞추기에 나섰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신약 개발에는 평균 10년 이상 소요되는 탓에 실질적인 매출을 내기 어렵다. 이에 기업들이 매출 확보를 위해 본업과 무관한 신사업에 뛰어들면서 기업의 체력 약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술특례 상장 기업은 매출 요건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5년간 관리종목 지정에서 유예된다. 유예기간 만료 시에는 연 매출 30억원을 충족해야 한다. 2년 연속 미달 시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최근 금융당국은 상장폐지 제도를 개선해 요건을 강화했다. 코스닥 현행 상장 유지 요건인 시총 40억원, 매출액 30억원을 각각 300억원, 1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기술특례 상장 유예가 지난 바이오 기업들은 올해부터 매출액 30억원을 맞추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신약 개발 기업 메드팩토는 매출 확보를 목적으로 올해부터 국내 주요 병원 및 대학교에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 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 유통판매 신사업을 전개했다.
지난해 매출이 전무했던 메드팩토는 올해 상반기 유전체 분석 6억2900만원, 유통업 6억4000만원을 기록하며 총 12억6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 측은 안정적인 유통업 매출을 기반으로 상장 유지를 위한 연 매출 요건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기업 신테카바이오 역시 IT 관련 신사업을 운영했다. 친환경 데이터센터 기반 IDC 임대 사업과 소프트웨어를 공급 개발하는 SI 서비스를 신설했다.
신테카바이오는 올해 상반기 독자적으로 개발한 약물·표적 상호작용 예측 AI 신약 개발 플랫폼 '딥매처'(DeepMatcher)에서 10억9200만원의 매출을 냈다.
신사업인 IDC 사업과 SI 서비스에서는 각각 5100만원, 7000만원을 달성해 반기 매출 총 12억1500만원을 기록했다.
본업과는 전혀 다른 분야의 사업에 뛰어든 바이오 기업도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 셀리드는 상장 유지 목적으로 베이커리 사업을 하는 포베이커를 인수했다.
현재 바이오 신약 개발 관련 매출은 없고, 이커머스 사업부에서 베이커리 관련 개발 및 판매업을 진행 중이다. 포베이커의 매출로 인해 올해 상반기 총 37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 티움바이오는 지난해 천연화장품 OEM·ODM 기업 페트라온 합병을 통해 화장품 매출액 21억1600만원을 기록했다.
이 외에 공정개발 및 단백질 분석서비스 매출 26억400만원까지 총 47억2000만원 매출을 기록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 특성상 매출 요건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며 "매출 확보를 위해 빵집, 아파트 관리, 버섯 농장 등을 하는 바이오 기업도 있다. 처음에는 황당했는데 막상 닥쳐보니 거기까지 생각하는 게 무리도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어 "기술 수출로도 매출 요건을 채우기 어렵다"며 "계약 기간이 10년이라면 계약금 100억을 10년에 나눠 인식해 분기당 2억5000만원 꼴"이라고 전했다.
대형 기술 이전이나 신약 허가 이후 판매 외에는 방안이 없어 대부분 건기식이나 화장품 등의 부가적인 업종을 영위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고육지책으로 택한 부업 때문에 손실을 보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바이오 산업에서 문제가 부각되고 있지만 앞으로 인공지능(AI)이나 로봇 등 개발과정이 있는 첨단 산업도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투자자 보호 취지에 맞게 현실적인 제도 변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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