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공에 인사해 볼까요 ‘안녕!’. 이번에는 각자 손에 있는 공이랑 똑같은 색을 찾아서 뛰어볼까요.”
지난 4일 수원문화재단 슬기샘어린이도서관에는 ‘폴짝폴짝 알록달록 모두가 빛나요’라는 프로그램 이름처럼 고사리 같은 손에 노랑, 빨강, 초록 색색의 털실 공을 손에 쥐고 바닥에 가져다 대거나 발로 쿵쿵 뛰어보는 유아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선생님이 동화책을 다시 읽자, 아이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초롱초롱한 눈으로 선생님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이번엔 우리도 인형 놀이를 해보는 거예요. 인형에 양말도 신겨주고 바지도 입혀볼까요.” 유아들은 색색의 색연필로 얼굴을 그리는가 하면, 한지를 찢어 망토를 입혀보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놀이를 즐겼다. 수수깡으로 베개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정진숙 숲속아이어린이집 원장은 “그간 다른 활동들은 원생들이 참여해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거나 금방 흥미가 떨어졌다”며 “영아 나이에 초점을 맞춘 점이 특별히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화책을 연계해 문화예술 참여 활동을 만들었다는 점도 신선하다”며 “다음 기회가 있다면 적극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아’와 ‘문화예술’을 결합한 새로운 창작활동이 시작되고 있다. 최근 ‘보호’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영아를 문화예술 향유의 능동적인 주체자로 규정하고, 영아와 양육자의 문화예술 향유권을 확대하는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최초로 ‘경기도 영아 문화 향유 환경 조성 지원 조례’를 제정, 이를 기반으로 36개월 이하(0~3세) 영아의 생애주기별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가 진행되고 있다.
이 중 공공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프로그램 참여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는 문화예술 창작 체험이 있다. 수원문화재단은 지난 3월 경기문화재단의 ‘영아 문화예술 콘텐츠 지원사업’ 공모에 당선, 5월부터 ▲슬기샘(장안구) ▲지혜샘(권선구) ▲바른샘(영통구) 어린이도서관 3곳에서 ‘폴짝폴짝 알록달록 모두가 빛나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200여 명의 유아들이 참여했다.
프로그램은 ‘오감’을 기반으로 도서관마다 털실 공을 활용해 손발과 신체의 감각을 자극하는 ‘촉각’ 활동, 빛 상자를 만들고 색에 집중해 보는 ‘시각’ 활동, 소리를 활용한 ‘청각’ 활동 등 영아들이 쉽고 재밌게 자기 표현력을 발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유·아동 예술 교육가 과정을 이수한 전문가들로 구성돼 영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프로그램의 주 강사인 이현지 문화예술 기획자는 “과거보다 아이들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빈도가 훨씬 높아졌다. 아직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발달에 중요한 단계인 영아들에게는 몸으로 하는 예술 활동이 큰 도움이 된다”며 “소근육이 이제 발달하는 영아들의 특성과 도서관이라는 특징을 연결해 책을 활용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각 도서관별 8회씩 총 24회 진행 예정이던 운영계획은 참여자들의 높은 만족도를 반영해 현재 각 3회씩 추가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10월 말에는 양육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마련될 예정이다.
이현지 기획자는 “강사들의 지시를 뛰어넘어 영아들이 창의적이고 자주적으로 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며, 모든 아이에게 잠재된 예술성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마냥 긴장하던 영아들이 나의 신체를 탐구하고, 역할놀이를 통해 스스로 노는 방법을 찾아가고 프로그램이 다 끝나면 처음과 달리 온몸이 열리고 기쁜 표정으로 달려와 손뼉을 맞잡고 박수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고 전했다.
수원문화재단 관계자는 “30개월 전후의 영아와 양육자들이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만의 예술성을 발견하고, 일상의 문화예술을 누리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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