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대규모 이민 단속으로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약 300명이 이르면 10일(현지시간) 대한항공 전세기를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해당 근로자들은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된 것으로, 한국 정부와 재계는 이번 사건을 심각한 외교·산업 리스크로 인식하고 사후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9일 항공업계와 외교부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으로 페리 비행(승객 없이 이동)을 진행한 후 같은 날 오후 구금됐던 한국인 300여 명을 태우고 귀국편을 운항할 예정이다.
해당 항공기는 총 368석 규모의 B747-8i 기종으로, 대규모 인원을 수송할 수 있는 장거리 대형 기체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는 공석 상태로 이동하고, 복귀편에는 귀국 대상자 전원을 태우는 '원포인트 송환' 방식이 적용된다.
이들은 구금돼 있던 조지아주 남부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에서 차량으로 약 4시간 거리인 애틀랜타 공항으로 이동한 뒤 전세기에 탑승하게 된다.
사건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에 위치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 단속을 벌이면서 발생했다. 당시 한국인 약 300명을 포함해 총 475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주로 하청 건설업체를 통해 채용된 근로자들로, 관광 비자 등 비취업 자격으로 입국한 후 현지에서 노동을 이어가다 단속에 적발된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는 노동 조건과 임금 지급 등에서 현지 노동법상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사건 발생 직후 외교부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법무부 등 관계 부처 간 긴급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특히 외교부는 워싱턴 대사관과 애틀랜타 총영사관을 통해 미국 국토안보부 및 ICE 측과 긴급 협의를 벌이며, 구금자 보호 및 조속한 송환을 요청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보고를 통해 "미국 정부 측에 비례적 조치와 인권 존중을 전제로 한 행정 절차 진행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인 구금자 중 대부분은 범죄 혐의가 아닌 행정상 비자 위반에 해당하므로, 신속한 석방 및 송환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양국 간 외교 채널을 통한 조율이 급물살을 타면서, 정부는 대한항공과 협의해 전세기를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이민법 위반 이슈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북미 투자 전략을 추진 중인 한국 기업들에 상당한 충격을 던졌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내 배터리 및 전기차 생산기지 확대를 통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수혜를 적극 모색해왔지만, 현장 관리 및 하도급 노동자 채용 체계 전반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양사는 즉각 진상 파악에 착수했으며, 현지 고용 및 비자 시스템에 대한 전면 재점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건설업 하도급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자 남용, 취업 자격 미확인 등의 문제가 구조적으로 반복되지 않도록 내부 규정을 강화할 계획이다.
석방된 한국인 근로자들의 귀국 이후, 정부와 국회, 산업계는 미국 내 투자 사업에서의 법적 리스크와 인력 운용 방식에 대해 보다 체계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해외 건설 현장에서의 비자 관리와 체류 자격 문제는 더 이상 개인 책임에 국한될 수 없다"며 "정부와 기업 모두 법적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교·산업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미 간 노동·비자 정책 정례 협의체 구축 △기업의 현지 고용 준법경영 가이드라인 강화 △국내 송출업체의 책임성 확보 등 다각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